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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홍길용> 만만한 게 기업인가
며칠 전 애플의 실적발표가 있었다. 지난 7~9월 벌어들인 이익이 85억 달러였다. 그런데 이보다는 10~12월 석 달 새 250억 달러의 이익을 내겠다는 장담이 더 눈길을 끌었다. 최신작 아이폰6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사실 85억 달러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제일 잘 나갈 때 내던 이익보다 많다. 250억 달러는 삼성전자가 1년간 스마트폰은 물론 반도체나 TV까지 팔아서 얻는 순이익과 맞먹는다.

스티브 잡스 사후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밀리던 애플이 다시 힘을 얻은 것은 미국인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이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전국민적 존경이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졌다. 잡스 생전에 나온 아이폰4의 미국 점유율은 25%였다. 하지만 잡스 사후 나온 아이폰4s 때는 36%로 올랐고, 아이폰5가 출시된 후에는 53%까지 높아졌다. 핵심고객이 젊어서 미국 내 아이폰 점유율은 수년 내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80%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현실에서 이룬 성과다. 미국인들의 애플에 대한 지지는 가히 열광적이다.

미국인들의 열광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됐다. 애플이 거둔 이익과, 주주들에게 돌려준 배당 등으로 인한 경제기여도는 글로벌금융위기 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들의 그것보다 규모가 더 크다. 최근 미국 경제가 괜찮은 배경에도 애플 효과가 있다.

스마트폰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은 많아야 20조원대로 예상된다. 작년보다 최소 10조원 이상 적은 수치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올 해 813억 달러에 달할 경상수지 흑자가 내년에는 610억 달러로 줄 것으로 내다봤다. 꾸준하던 흑자 증가흐름이 끊기는 셈이다. 수출이 주력인 나라다. 수출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경상수지도 나빠진다.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결국 경제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산장려운동이라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포퓰리즘을 위해 어설픈 논리로 우리 기업과 제품을 몰아세우지는 말자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장관이 “국산 스마트폰 비싸니 중국제품 쓰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아이폰은 분명 국산제품 보다 비싸다. 미국의 장관도 “아이폰 비싸니 삼성 폰 쓰라”고 해야 하나. 정부가 스마트 폰 값 낮추겠다는 데, 국내서 유독 비싼 아이폰 값도 내려가는 걸까?

투자 촉구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저금리에 현금 쌓아둬봐야 자기자본수익률(ROE)만 떨어진다. 규제 많고 경기도 나쁘니 주저할뿐이다. 등 떠밀려 한 투자에 대한 책임은 누가지나? 요즘 기업이 어려워지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얄짤없이 경영권까지 빼앗는다.

낙수효과 없는 탓을 기업에 돌리는 것도 넌센스다. 서민보다 부자ㆍ기업들에 세금 더 걷었다는 게 정부와 여당 논리다. 부의 재분배는 정부 몫이다. 기업서 많이 걷은 세금을 정부가 엉뚱한데 쓴 건 아닐까.

정보통신기술(ICT) 진흥한다는 정부에서 공권력의 사이버 감찰이 활발해졌다. 민생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범 수사를 위해서였다. 이제 막 싹 틔우려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국민들이 외면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로 이뤄진 게 우리 기업이다. 스스로에 이렇게 잔인할 필요까지 있을까.

홍길용 재계팀장/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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