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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셀럽]스티브 잡스 탄생시킨 실리콘 밸리의 감춰졌던 80~90년대 모습은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했다. 그리고 21세기를 결정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벤처 캐피탈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르…. 그들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 1980년~1990년대의 실리콘 밸리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자신이 공동창업한 회사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교 캠퍼스 근처에 특색 없는 사무실을 마련해 새 회사 ’넥스트’을 차렸다. 그는 1986년 로스 페로와 넥스트 이사진을 초청해 썰렁한폐창고 부지 한가운데서 공식오찬을 가졌다. 그곳을 넥스트 공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스티브 잡스가 투자자들을 위해 펼친 ‘쇼’였다. 이 자리에서 넥스트가 실리콘밸리에서 연간 수십 억 달러를 버는 마지막 회사가 될 거라고 전망했다. 매달 1만 대의 컴퓨터를 배송할 것이라고 봤다. 당시 미국 교육 개혁 운동에 앞장섰던 페로는 스티브의 프레젠테이션에 마음을 쏙 빼앗겼다. 그는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이사회의 핵심 인사가 됐다.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하기 5년 전이었고, 아이팟이 세상에 나오기 15년 전이었으며, 아이폰이 빛을 보기 21년 전이었다. 구글을 설립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중학생이었고,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아기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구글과 페이스북의 시대는 로스 페로가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에 2000만달러로부터 잉태돼 있었다. 그 순간이 당시 스티브 잡스와 마찬가지로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더그 메누에스의 카메라에 잡혔다. 그의 카메라는 15년간 실리콘밸리의 가장 뜨거웠던 시기, 21세기의 슈퍼리치와 21세기의 디지털 혁명을 잉태한 ‘결정적 순간’들을 포착했다. 그 중에는 넥스트의 좁은 사무실, 자유로운 차림으로 의자 위나 바닥에 그냥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직원들을 향해 특유의 의기양양한 자세로 사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도 있다. 더그 메누에스는 이렇게 기록했다. 


“넥스트 사내 프레젠테이션 중간에 스티브가 갑자기 멈추더니 말했다. ‘다들 보세요. 크리스마스까지 밤이고 주말이고 일합시다. 그리고 한 주 내리 쉬는 거에요.’ 사무실 뒤쪽에 있던 엔지니어들 중 한 명이 얌전히 말했다. ‘음, 사장님. 저희는 이미 밤이고 낮이고 일하고 있는데요.’”


농구선수 조던이 슛을 할 때처럼 혀를 내밀고 칠판에 ‘작업의 흐름’을 적고 있던 스티브 잡스도 있다. 직원 야유회에서 비치볼을 차는, 보기 드물게 한가로운 모습의 스티브 잡스도 앵글에 잡혔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스티브 잡스와 천재들: 실리콘밸리 거장들의 인사이드 스토리’(더그 메누에스 지음, 유영훈 옮김, 알에이치케이코리아)는 보도 사진작가인 저자가 1985년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를 시작으로 2000년까지 15년간 실리콘밸리의 풍경과 사람들을 찍은 기록이다. 그의 사진들은 ‘디지털 혁명아’였던 스티브 세대의 창조력과 상상력, 열정, 세계관을 증언한다. 더그 메누에스는 스티브세대에 대해 “그들은 구습 타파를 원하는 신세대였다”며 “그들은 실리콘 밸리에 이미 들어와 있던 구세대 엔지니어들과 충돌했다. 소련과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공학자인 이들은 끝없는 국가 위기 정서가 뿌리박힌 나이든 사람들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부터 한국전쟁과 냉전, 핵무기 시대의 개막,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충격과 이에 따른 우주개발압력까지 말이다. 그들은 주로 NASA와 국방부의 하청을 받아 시스템과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스포츠머리를 하고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으며, 군대를 닮은 조직 생활에도 익숙했다. 반면에 새내기들은 장발을 하고 청바지에 샌들을 신었다. 그들은 기술의 힘으로 일반인이 사용하기 편한 컴퓨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적었다. 


경영자, 기술자, 과학자,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모였고 서로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자 2014년 현재 32억달러를 보유한 포브스 선정 부자 400인 중 167위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 바이어스의 존 도어는 1994년 월요일 아침 원탁회의에서 발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1990년대 클리이너 퍼킨스는 회사 투자자들, 다른 기관 투자자들, 선발된 벤처 사업가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초청해 매해 콜로라도 애스펀에서 회합을 갖는다. 당시 “세상에서가장 똑똑한 사업가와 과학자, 미래학자, 금융가들”을 선발해 가진 가족여행 겸 소규모 미래 신기술 전략 컨퍼런스였다. 1995년 그 일행 중에는 ‘아마존’이라고 커다랗게 쓰인 티셔츠를 입고 참여한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아마존 닷컴이라는 회사를 막 창업했다고 밝힌 제프 베조스였으며 그 역시 더그 메누에스의 뷰 파인더 안으로 들어갔다. 미국 온라인 기술 및 서비스 회사 AOL(아메리칸 온라인)의 젊은 CEO로 2014년 현재 세계 1392위의 부자(13억달러 보유)인 스티브 케이스는 애스펀 회합에서도 이메일을 확인하는 모습이 잡혔다. 1992년 한 강연에서 “누구도 사진 한 장에 50달러 이상 지불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대중을 위한 값싼 콘텐츠를 선언하고, 전통적인 사진작가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젊은 빌 게이츠도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와 천재들’은 21세기 슈퍼리치와 디지털기술혁명의 ‘인큐베이터’였던 실리콘밸리에 관한 시각적 기록이자 코멘터리이다. 이 위대한 천재들의 신생아실에는 ‘포토샵’의 어도비 창립자 척 게슈케와 존 워녹, 선마이크로시스템사의 빌 조이, 인텔의 고든 무어, 넷스케이프의 마크 앤드리슨 등도 있었다. 


더그 메누에스의 카메라는 갓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출근한 젊은 여성 프로그래머, 서류를 바닥에 깔아놓고 엎드려 한 장씩 읽던 벤처투자자, 파격적인 파티를 벌이던 직원들, 개를 옆에 두고 임원 회의를 하던 경영자, 누워 있고 엎드려 있으면서아이디어 개발에 열중하던 프로그래머들의 모습 등 베일에 가려졌던 실리콘밸리의 막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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