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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뉴엘 느닷없는 법정관리 신청 이유 살펴보니...회계조작ㆍ부실대출 등 의혹 투성이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멀쩡해보이던 혁신형 가전업체 모뉴엘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한 배경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현금흐름표만 봐도 회계 조작이 의심되는데 은행권의 대규모 대출이 이뤄졌다.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가용 현금을 늘리면서 이를 대부분 외화로 보유한 점도 이상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모뉴엘은 지난해 1조1410억원 매출에 1051억원의 흑자를 내 언뜻 우량기업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껍데기만 부풀려진 부실기업이었다.


2004년 아하닉스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모뉴엘은 2008년 삼성전자 출신 박홍석 대표를 영입하면서 사세가 급성장한다. 2007년 글로벌 가전전시회인 CES 기조연설에서는 빌 게이츠가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2008년 739억원이던 매출은 2009년 1637억원으로 불어났고, 지난 해는 1조원도 돌파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허수였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3조원 가까운 매출에 27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회사로 실제 들어온 돈 즉,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고작 398억원이다. 특히 2011년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를 약 22억7000만원에 인수하면서 해외매출이 급증하는데, 이후 영업손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괴리는 더욱 커진다. 잘만테크는 올 들어 경영실적이 급속히 악화돼 대규모 손실과 함께 자본잠식이 진행 중이다.

돈은 못 벌면서 씀씀이는 컸다. 2008년 9억원이던 투자현금 지출은 2009년 41억원, 2010년 93억원, 2011년 221억원, 2012년 377억원, 2013년 478억원 등 6년간 1219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제주도 신사옥 건설을 위한 부동산과 자회사 지분확보 등에 투자됐다.

쓸 돈은 빌려서 마련했다. 이자도 빌린 돈으로 갚았다. 2008년 263억원이던 부채는 2012년 1394억원, 2013년 2057억원으로 불어났다. 올 들어서도 빚은 계속 불어나 금융권에서 빌린 돈만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행적이 묘연한 가운데 경영난 속 외화예금은 급증했다. 2008년 4억원 수준이던 외화예금은 2009년 118억원, 2011년 351억원, 2013년에는 479억원으로 늘어난다. 작년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의 93%가 외화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선적서류 조작 등의 방법으로 가공매출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과 부품 등을 납품한 협력업체들은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작년말 기준 모뉴엘의 당좌자산 1019억원 가운데 외화예금와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이 80% 이상이다. 비유동자산 980억원도 계열사 지분 등을 제외한 유형자산은 485억원에 불과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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