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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세상에 ‘몸매 차별’이라니…뚱뚱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고?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던 A 양은 패션스쿨 졸업 후 취업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열정이 넘쳐 늘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학창시절 내내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한 A 양이 취업전선에서 연거푸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바로 기업들이 지원자격 요건으로 ‘피팅 가능’ 여부를 제시하기 때문이었다. A 양이 지원한 대부분의 기업은 남녀를 불문하고 신입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피팅이 가능한지 여부를 중요한 요건으로 제시했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B 군은 최근 졸업 후 디자이너의 꿈을 접고 관련기업의 소재담당 직원으로 취직했다. 입사를 희망하는 대다수의 기업 역시 피팅 가능한 디자이너를 찾았기 때문. B 군이 제작하는 의상은 대개 키 180㎝ 안팎의 ‘장신’ 성인남성을 위한 의상이었기 때문에, 다소 키가 작은 B 군이 직접 입어보기는 어려웠다. 학교에 다니며 줄곧 실력을 인정받은 터라 디자이너가 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관련업계라도 종사하기 위해서 취업을 서둘렀다.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패션스쿨의 졸업생들이 A 양과 B 군처럼 취업시장에서 신체로 인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직원을 채용할 때부터 직업모델 수준의 신체사이즈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업체도 있어 뒷말을 낳고 있다.

업계에서 말하는 ‘피팅’은 디자이너가 자신이 제작한 의상을 직접 직업모델처럼 입어보는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 취직하든 ‘피팅’은 입사의 중요한 요건이다. 실제로 인크루트 등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패션디자이너 모집 공고를 찾아보면, 상당 수의 업체들이 ‘피팅 가능한 분’, ‘55피팅 가능한 분 우대’ 등을 자격요건에 포함하고 있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여성브랜드의 경우 키 168㎝~173㎝ㆍ55 사이즈를 기준으로 하고, 가슴, 허리, 엉덩이 사이즈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글래머러스한 사람을 찾는 경우도 많고, 남성복은 177㎝~183㎝의 키에 몸무게 68㎏~74㎏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입을 뽑을 때 경력 등으로 실력을 만족한 사람일지라도 피팅이 안돼 거절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업계에 종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피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패션스쿨에서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고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교수들마저도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는 것. 3, 4년제 대학을 제외한 일부 패션스쿨의 교수들은 대개 기업에서 실장 이상의 실무 경력을 갖추고 있어 사회 초년생들의 현실을 인지하기보다는 업계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학문 위주의 4년제 대학 교수들은 실무 경험이 없어 이같은 어려움을 알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자 학생들은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고 업계의 다른 업종으로 노선을 변경한다. 패션 기업에서 소재팀, 영업, 기획, 디스플레이 등 피팅과 관련되지 않은 직종이다.

패션노조 측은 “학생들이 날이 갈수록 이런 몸 차별에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뚱뚱한 사람, 키 작은 사람 등은 패션스쿨에 입학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피팅하는 사람과 디자이너를 나눠 채용하기보다 한 사람을 채용해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하도록 하기 위해서로 보인다”며 “하지만 학교 재학 중에는 이런 상황을 듣지 못하고 졸업 후에 몸 차별에 시달리는 건 엄연한 차별”이라고 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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