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성폭력 사건 해결위한 ‘조기 증거 확보’ 강화된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학교 동아리 남자 선배와 술을 마시다가 강제로 성관계를 갖게 된 A(여ㆍ21) 씨. 그는 경찰에서 성폭력 증거 채취 과정을 겪으며 성폭행 못지 않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성폭력 증거물을 채취하는 이른바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를 제대로 사용할줄 몰라 같은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던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와 의료진의 불편을 줄이고 증거 확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를 대폭 개선ㆍ보급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란 피해자의 신체에 남은 가해자의 흔적을 총 11단계에 걸쳐 채취할 수 있도록 돕는 47개 도구를 모아둔 의료 물품이다. 지난 2002년부터 전국 성폭력 피해자 전담 의료기관에 보급됐다.

여가부는 보다 정확한 증거 채취를위해 현재 47개 도구, 11단계인 키트를 88개 도구, 12단계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 각 단계마다 비닐소독장갑을 끼게 해 증거물 오염을 방지하도록 했다. 키트에 포함되는 진료 기록 양식도 변경한다.

수사 및 법적 대응을 위한 증거 확보가 쉽도록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 의료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현장의 건의를 적극 수렴했다. 약물 등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늘고 있다는 현장 종사자의 의견에 따라 피해자의 혈액 및 소변에서 약물ㆍ알코올 검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검사 단계를 추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또 성범죄 실태를 반영해 소변채취나 피해자 체모 채취 단계 등은 삭제했다.

아울러 여가부는 직장관 등 증거 채취 부위를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사용 안내서도 직장 안쪽 5~6㎝, 항문안쪽 1~2㎝ 등으로 구체화한다. 성폭력 전담의료기관,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관련기관과 협력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 매뉴얼’ 보급 및 응급키트 사용 교육을 실시해 피해자에 대한 응급 의료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성폭력 범죄의 경우,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법의학적 증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응급키트 개선을 통해 보다 원활한 사건 수사와 신속한 피해자 지원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가부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성폭력 의료비 및 응급 키트 제작, 피해자 보호시설 및 통합지원센터 확충 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을 올해 대비 10% 늘어난 338억원을 투입한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