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잊혀진 옛 공간과 건축물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다. ‘살아있는’ 공간으로 부활시킨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일본 나가하마(長浜)시의 도시재생사업은 ‘디자인’의 가치가 빛을 발한, 요즘 가장 ‘핫’(Hot)한 외국의 도시재생 사례다.
화물열차가 다니던 고가철도를 ‘하늘 위의 공중정원’으로 탈바꿈시킨 하이라인 파크는 최근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하이라인과 같은 곳으로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라인은 맨해튼 곳곳을 돌며 공장에 화물을 실어나른 물류 동맥이었다. 그러나 트럭을 이용한 값싼 운송방식이 철도를 대신하기 시작하고 맨해튼의 공장들이 교외로 이전하면서 그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결국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철도운행은 전면 중단됐고 노후화된 고가 일부가 허물어지면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2000년대 초, 20년간 방치돼 철거 위기에 놓인 하이라인을 구한 것은 바로 시민들이었다.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시민단체가 철거에 반대하는 대신 공원화를 제안했다. 유명 인사들이 힘을 보탰고 뉴욕시민들도 지지했다. 시 정부는 철거 방침을 철회하고, 하이라인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맡은 것은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JCFO)’ 팀이었다.
황나현 코넬대 교수가 프로젝트 총 책임을 맡아 자연과 인공의 조화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 설계를 진행했다. 하이라인 바닥을 정비해 그 위에 풀과 꽃을 심었고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들어섰다. 하이라인은 이런 과정들을 거쳐 버려진 역사적 가치와 자연 경관이 함께 녹아든 신개념 공원으로 변모했다.
나가하마시의 도시 재생사업은 전주의 도시재생과 비슷한 면이 많은 사례다. 시가 먼저 도시재생에 뛰어들었으나 그 과정은 오롯이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끌고 나갔다.
나가하마는 440여 년 전 일본 최초로 시장경제적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1960년대로 들어서자 도심 상권은 전통 재래시장으로 전락해 정비가 필요했다.
400년 간 명맥을 이어온 중심가는 1970년대 시 외곽에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며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교외 쇼핑몰이 기존 중심가 상권을 점령했고 700여개 점포 가운데 600개 이상이 문을 닫았다. 더불어 중심시가지의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자 도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주식회사 구로카베’가 이를 주도했다. 주식회사 구로카베는 민간기업과 시가 공동으로 출자한 합작법인이다.
이 법인은 ‘유리산업’을 나가하마 재도약을 위한 카드로 꺼내들며 도심에 흩어져 있는 빈 점포와 창고에 디자인 개념을 입혀 재정비했다. 철거 위기에 몰렸던 과거 구로카베 은행 건물도 보존해 나가하마의 유리산업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개조했다. 지금 나가하마역 일대는 ‘구로카베 스퀘어’로 불리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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