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거고용 후 대량해고…오락가락정책에 파리목숨 학교비정규직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서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29) 씨는 최근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대량으로 해고될 것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최근 교육감이 바뀌면서 무기계약직 사서교사에 대한 지원이 중단됐다는 것. 김 씨는 “이런 교사가 많게는 1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며 “나이 탓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암담하다”고 말했다.

20일 인천지역 사서교사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등에 따르면 인천시내 일선학교에서 사서들이 대량해고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교 내 비정규직 교사들이 해고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올해 이청연 교육감이 학교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학비노조 인천지부에 따르면 이 교육감은 당초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감 직접 고용하며 고용안정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190명의 사서들 중 70명에게만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120명이 해고 위기에 처했다. 노조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도서관업무를 담당하는 사서 120명이 올해 겨울 대량해고를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사서의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는 직종이지만, 많은 일선 학교에서 10개월~11개월의 1년 미만 계약을 반복하는 일이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때문에 많은 사서들이 학교를 옮겨다니는 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인천시 연수구와 남구의 경우 시교육청과 학교장이 사서인건비를 지급하는 시내 다른 학교와 달리 인건비를 모두 해당 지자체가 지급해왔다. 특히 인천시 연수구는 지난 2011년부터 사서교사 채용을 대거 확대했고, 2013년에는 관내 52개 모든 초중고교 도서관에 사서교사를 배치하면서 관내에 무기계약직 사서의 비중이 큰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교육청이 지자체에서 학교도서관 사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은 교육경비보조사업비 성격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연수구와 남구에 인건비를 집행하지 말 것을 권고했고, 대거 고용된 사서교사들이 한꺼번에 해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인천의 한 학교에서 3년째 재직 중인 한 사서교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긴 했지만 계약서상에 지원이 끊기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돼있는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감 직접고용으로 고용안정을 기대했던만큼 실망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정책이나 정권이 변하면서 학교 내 비정규직들이 대량으로 해고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같은 상황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13년 학교체육활성화를 명목으로 1000여 명에 불과했던 초등 스포츠강사를 3800명까지 확대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시도교육청 간 예산 합의가 파행을 맞으면서 대량 해고의 위기에 처한 바 있다. 한 현직 교사는 “지자체나 교육당국이 새로운 정책 도입으로 대량 고용한 후 정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고용한 사람을 1~2년 만에 대량 해고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교육계에서는 “학교 비정규직 목숨이 파리목숨이 되고 있다”며 “이청연 교육감이 직접고용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인천 연수구 관계자는 “현재 시 교육청과 인건비 집행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라며 “최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지자체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