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한국경제 주저앉히는 중견기업 피터팬 증후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계세미나에서 한국 주력 산업의 부진은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탓 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견기업 사이에서도 기업규모에 따라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규제 때문에 대기업으로 진입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팽배해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중견기업 2505개사 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단 2개(한국타이어, 현대오일뱅크)에 불과하다. 2011년 이후 30대 그룹에 신규 편입된 그룹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2002~2010년에는 한해를 빼곤 매년 적어도 1곳이 30대 그룹에 새로 얼굴을 내밀었다. 무엇보다 자산 5조원대 정체현상이 두드러진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자산 5조원 이상 그룹이 12개 증가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5년간은 9개 증가에 그쳤다. 올해는 오히려 한 곳이 줄어들었다. 자산 5조원을 넘어서는 순간 순환출자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 44개의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주력산업 부진의 원인을 모두 피터팬 증후군으로 돌리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 산업계 자체의 신성장 엔진 약화와 중국 등 신흥국의 약진, 일본의 엔저 공세, 유럽시장의 침체 등 안팎의 요인이 맞물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해도 기업을 옥죄는 규제 때문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스스로 울타리에 갇혀 있는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지금 한국 제조업이 처한 위기는 ‘대기업 편중’을 도마에 올릴만큼 한가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13년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지난해 국내 대기업 매출 증가율은 2012년과 비교해 0.3%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됐던 2009년(0.7%) 보다 더 낮은 것이다.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규제가 증가하는 ‘큰 돌이 정 맞는 현상’은 선진국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가져온다는 게 재계측 항변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굳이 투자할 여력이 있는 기업을 주저앉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업규모에 따른 규제를 자산 기준액이 넘을 때마다 3∼5년간 이전 수준으로 유예시켜주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현재 정부의 확장적 통화 및 재정을 통한 총수요 진작 정책과 함께 세제개선, 기업규제 완화, 생산요소비용 안정,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산업활력을 끌어올리는 총공급 진작 정책의 병행도 필요한 시점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