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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랑 19세’ 김효주 · 백규정 “잠시만요~ ‘리틀 세리키즈’ 나가실게요”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초등학교 1학년 때 이들은 처음 만났다. 한창 뛰어 놀 나이, 그들의 장난감은 골프채였고 놀이터는 골프 연습장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연습장에서 숨바꼭질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전지훈련 가서는 엄마 아빠 보고싶다며 밤마다 까만 하늘을 보고 울기도 했다. 아직도 서로 마주보고 농담 몇마디에 까르르 웃는 열아홉 동갑내기. 이들이 필드에서 매서운 반란을 일으키며 ‘리틀 세리키즈’ 시대개막을 알렸다.

김효주(19·롯데)와 백규정(19·CJ오쇼핑)이 올해 나란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 무대 직행 티켓을 따냈다. 이들이 LPGA로 무대를 옮겨 펼칠 신인왕 경쟁에 골프팬들의 가슴이 벌써부터 설렌다.

김효주가 지난달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LPGA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자 꼭 한 달 뒤 백규정이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에서 끝난 하나외환 LPGA 챔피언십에서 세계 톱랭커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이들은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LPGA 무대에 직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들은 일찌감치 ‘리틀 세리키즈’ 선두주자로 꼽혔다. 박세리를 보고 성장한 박인비 신지애 김인경 이보미 김하늘 등 1988년생 용띠 스타들이 ‘세리키즈’로 불린다면, 김효주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 등 1995년생 돼지띠 선수들은 ‘세리키즈’의 영광을 이을 ‘리틀 세리키즈’들이다.

시작은 김효주가 빨랐다. 아마추어 시절인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지난해 신인왕을 거머쥐고 올해 KLPGA 투어 4승(메이저 2승 포함)에 LPGA 첫 승으로 고공행진했다. 루키 백규정도 뒤질세라 곧바로 3승(메이저 1승 포함)을 신고했고 내친김에 LPGA 투어 데뷔전에서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이들은 흔들림없이 안정된 샷에 강한 멘탈까지 갖췄다. 김효주가 소리없이 강한 승부사라면 백규정은 파워풀한 샷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여전사 스타일이다. 김효주는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으로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반면 백규정은 성의없이 친다는 오해를 받을 만큼 주저없이 샷을 날린다. 몰아치기 능력도 비슷하다. 김효주는 에비앙챔피언십 첫날 세계 남녀 메이저대회 최소타 신기록(61타)을 세웠고, 백규정은 하나외환 챔피언십 마지막날 5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괴력을 뽐냈다. 백규정은 드라이버 거리(260.9야드·11위)에선 김효주(256.7야드·22위)를 앞서지만, 그린적중률(71.8%·23위)에선 김효주(78.9%·1위)에 뒤처진다. 평균퍼트수는 백규정(29.9개·5위)과 김효주(30.4개·16위)가 비슷하다. ‘레전드’들의 극찬도 함께 받았다. 김효주는 박인비에게 “LPGA 선수들도 부러워할 교과서 스윙”이라고 칭찬했고 박세리는 백규정에게 “정말 잘 한다. 빨리 미국으로 오라”며 격려했다.

이들은 이제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내년 미국 진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효주는 한달 째 장고 중이다. 백규정은 “어렸을 때 꿈이 LPGA 투어 진출이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생각이 많아졌다”며 “특히 친구인 효주와 내년 미국에서 신인왕 경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란해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열아홉 소녀시대 돌풍이 내년 시즌 미국 필드를 뒤흔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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