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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沙上樓閣<사상누각>의 나라
안전불감증은 이젠 외신들이 즐겨 다루는 한국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조롱거리가 되는 듯 하다. 경제로는 눈부신 선진국인 한국에 후진국형 참사가 빈번한 것은 안전불감증이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외신들의 보도 태도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출근길 서울 한복판에서 한강다리가 무너졌다. 직장인ㆍ학생 등 시민 32명이 차가운 한강물에 목숨을 잃었다. 1994년 10월 21일, 꼭 20년전의 일이다. 무학여고 학생 8명도 등굣길에 참변을 당했다. 어린 학생의 죽음에 세월호 참사가 겹친다. 20년의 시차가 있었지만 성수대교 붕괴때도,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외신들의 분석은 일관됐다. 사고의 근본원인은 한국의 성장제일주의 뒷면에 있는 안전불감증이란 주장이다.

성수대교 붕괴참사가 일어난지 20년이 되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이 막 지난 지금, 환풍구 덮개 붕괴사고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또 터졌다. 외신들도 빠르게 이 소식을 전하면서 또 다시 한국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언급하고 있다. AP통신은 “한국 사회가 세월호 침몰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때 이 사고가 일어났다”며 “한국의 안전 문제는 느슨한 규정, 법규위반에 대한 가벼운 처벌, 안전 문제 경시, 경제 성장 우선주의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CNN 역시 “즐거운 공연장이 충격적인 사고 현장으로 변했다”며 안전 불감증을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한발 떨어진 외신들이 보기엔 6개월이 지나도록 한국은 세월호 참사에서 무엇을 배웠나 하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도 못하는 꼴’인 경우가 된 셈이다.

실제로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드러나는 ‘판교참사’의 실체는 안전불감증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도 없다. 주최측은 4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서류상에서만 그랬다. 숱한 사람들이 모일 것이 당연시되는 아이돌 가수 행사장에 안전요원은 단 1명도 없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관람객의 안전의식 부재도 문제다. 우리가 곳곳에서 마주치는 환풍구가 실제로는 위험 사각지대란 사실을 새삼 느끼는 국민들의 평균적인 안전의식, 환풍구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정부를 보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공염불에 불과하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사고가 나자,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오갔다. 하지만 “사건사고가 이렇게 많은 데, 애들데리고 어디를 가겠어요” “2~3개월 뒷면 또 사고가 날 것입니다. 기다려보세요” 같은 자조적인 반응 적잖았다. 우리 스스로도 안전한 나라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듯 한 생각이다.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은 무너져야 하는 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다. 먹고 살기 바쁘고 시간도 없는 데 사상( 沙上)위의 누각(樓閣)도 용인했던 문화, 사상누각도 잘 버틸 수 있다는 요행이 지금의 안전불감증을 만든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바탕을 굳게 다지고, 뼈대를 올리고 튼튼하게 집을 지어야 한다. 한국의 안전불감증을 과거지사로 돌리게 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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