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재생이냐 철거냐, 팽팽한 찬반양론…. 소통이 필요하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지어진 지 44년 만에 시민들의 ‘발길’을 느꼈다. 1970년 준공돼 대한민국의 중심, 수도 서울의 발전상을 상징하며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했던 고가도로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시민들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서울역 고가도로 개방행사는 44년 만에 사람의 발길이 닿았다는 의미도 가졌지만, 노후화된 공공시설의 재활용을 고민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시의 노력이란 의미도 가졌다.
지난달 미국 뉴욕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조성한 하이라인 파크를 둘러보고 서울역 고가를 하이라인 파크와 같은 시민들의 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취지는 좋았다. 서울시는 ‘사람’, ‘재생’, ‘연계’란 3가지 컨셉을 기본으로, 시민들을 위한 녹지공간 조성, 서울만의 랜드마크 개발, 노후화된 공공시설물 재활용, 숭례문-남산공원-남대문시장 등을 잇는 역사ㆍ문화공간 연계,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여러 유발효과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남대문 상인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12일 개방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시의 재생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반대측은 도로 폐쇄로 인한 교통혼잡문제, 분초를 다투는 꽃배달 등 주요 업종 피해, 노숙자 상주 등을 문제로 들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됐던 것은 ‘소통’의 문제였다. 반대측은 시가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대문시장과 중림동, 만리동, 회현동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작업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대화창구를 단일화하고 주기적으로 시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거칠 것이며, 여러 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마련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교통문제와 노숙자 문제에 대한 대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역 고가는 2006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고 철거가 예정돼 있던 시설이다. 어차피 도로로서 기능하기엔 역부족이란 뜻이다. 우회도로에 등 교통문제에 대한 대안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철거에 드는 비용은 80억원, 재생사업에 드는 비용은 380억원이다. 행정소요 등을 고려하면 시 입장에서도 철거가 수월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고심끝에 재생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서울역 고가 재생사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한 도시설계 전문가는 공자의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란 말을 인용하며 “내발적 수요가 있어야 외생적 수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적으로 즐길 시민들의 수요가 있어야 외부로부터의 수요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급할 것이 없다. 다양한 대안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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