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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출범이후 승부조작 논란 점철…지난 K-1 MAX 태국 대회서도 온라인도박 연루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암적인 존재로, 세계적인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4대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에서 승부조작이 밝혀져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는 프로스포츠에 그치지 않고 씨름과 같은 민속스포츠, 국기인 태권도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다. 신흥 스포츠인 격투기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본격적인 프로스포츠의 모양새를 띄기 시작한 십수년 전부터 암암리에 자행돼 왔다. 근래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온라인 스포츠도박이 활성화되면서 승부조작으로 한탕하려는 움직임은 더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993년 출범해 현재까지 무려 21년간 지속되고 있는 K-1의 역사도 승부조작 논란으로 점철돼 있다.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거기에 무능하고 방만한 사업 전개로 산더미같은 부채까지 떠안더니 결국 2012년 주최사 FEG가 최종부도처리된다. 다행히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K-1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또 한번 승부조작 논란이 제기되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 11일 태국 파타야 인도어애슬레틱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 최초의 K-1 대회, K-1 월드 MAX 16강 토너먼트의 결승전에서다. 결승 무대에 오른 부아카우 반차멕(32ㆍ태국)은 독일의 신예 엔리코 케흘(22)과 싸웠다. 3라운드 종료 후 심판들의 채점을 취합한 주최측이 무승부를 선언하고 서든데스 연장라운드 개시를 선언하자 불만을 품은 표정으로 링을 내려와 대회장을 떠나버렸다. 주최측은 이에 부아카우를 실격처리하고 케흘을 이번 대회 우승자로 선언했다.

중경량급 입식격투기 세계 최강중 한 명인 부아카우가 K-1 경기도중 항의표시로 링을 이탈한 뒤 승부조작설을 폭로했다. 양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아카우의 경기 장면.

태국 현지에서 한국으로 치면 추성훈급의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실력면에서도 중경량급 입식격투기에서 손에 꼽는 실력자인 그가 취한 행동들이 석연치 않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부아카우는 이틀 뒤인 13일 이번 대회가 불법적인 온라인도박에 연루돼 있고, 그와 같은 불순한 의도로 경기 직전에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경기 룰이 변경됐다고 주장하며 K-1 측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격투기 종목은 기록 경기가 아니어서 원래 판정시비가 상존한다. 하지만 부아카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엔 단순한 판정시비 차원이 아닌 조직적인 승부조작이 되는 것이다. 태국의 정부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태국스포츠관리위원회(SAT)에서 이에 대한 직권 조사를 벌이고 있다. SAT의 조사 결과가 양측간 소송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K-1 주최사 측의 잘못이 드러나면 대외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2006년 K-1 암스테르담대회에서 알렉세이 이그나쇼프가 구칸 사키에게 판정패한 경기도 당시 많은 관계자들이 승부조작 경기로 의심했다. 한 때 K-1의 신성으로 통하다 각종 범죄행위로 몰락해버린 바더 하리는 K-1에선 아니지만 또 다른 단체 쇼타임에서 마약상과 마피아 등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반칙패를 했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야수’ 밥 샙도 2008년께 승부조작에 가담하라는 야쿠자들의 협박을 받은 끝에 경기 출전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 때 일로 K-1과 격투기 바닥에 학을 뗀 샙은 이후엔 원래 승패 각본이 있는 프로레슬링 경기에 더 자주 출장하는 등 파이터로서는 미련을 버리게 된다.

굳이 해외 전역에서 사례를 찾을 것도 없다. 한국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열린 K-1 대회에서만도 몇 차례 의심스런 상황이 발생했다. 2005년 스모 요코즈나 출신 아케보노와 극진공수도 출신 K-1 파이터 겸 심판 카쿠다 노부아키의 경기가 그랬다. 카쿠다는 이상하리만치 용도 써보지 못 하고 패했다. 이것이 아케보노의 입식격투기 9전과 종합격투기 4전의 경기중 유일한 승리다. 카쿠다에게는 “무인의 자존심을 버리고 회사(K-1)의 개가 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000년대 후반까지 10여년을 국내 중경량급 최강자로 군림해왔던 ‘치우천왕’ 임치빈도 어처구니 없는 K-1 심판의 횡포를 겪은 적이 있다. 2006년 K-1 파이팅네트워크 대회에서 당시 K-1 측이 강하게 밀던 버질 칼라코다와 상대했다. 공식 결과는 연장전 끝에 판정패지만, 실은 내막이 있었다. 3라운드 종료후 저지 4명의 채점은 임치빈의 판정승이었다. 그러나 당시 주심이던 오나리 아츠시가 취합된 채점표를 찢더니 링에 올라 무승부에 의한 연장승부를 지시했다. 본라운드에서 기운을 다 뺀 임치빈은 연장전에서 부진, 판정패했다. 라커룸에 돌아온 임치빈은 억울함으로 한참 눈물을 쏟았다.

주심은 링 위에서 경기진행만 주관할 뿐, 채점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공교롭게도 오나리 주심은 이번 태국 대회의 부아카우 경기에서도 주심이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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