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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올린 글도 사이버 명예훼손?’…최근 법원 판례로 본 판단 기준은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경기도 한 지역의 재개발 추진위원장이었던 A 씨.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전 시의원이 도시과장에게 압력을 행사해 주민설명회 개최를 무산시키는 등 재개발을 막아 아직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글을 올려 이른바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기소 당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고 무엇보다도 이것이 주민들에게 재개발이 추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컸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의 사례와 같이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서 유ㆍ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는 ‘공익적 목적’을 지녔는지 여부다.

김용민 민변 변호사는 인신공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도 게시물 전체적으로는 공익 목적을 띠고 있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에 대해서 비방하는 내용은 좀 더 폭넓게 인정이 되고, 조합장 등 일반인에 대해서라도 공적인 일에 대한 비난은 검찰에서 기소 자체를 잘 하지 않거나 무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을 다음 아고라에 적시했다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주부 B 씨의 경우에서도 이 같은 사유가 참작됐다. 재판부는 “공인인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실은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고 표현의 자유 등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다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일단 기소된 사건은 유죄 판결 비율이 높다. 다만 유죄라도 경우에 따라 형량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몇 명이나 해당 게시물을 보았는지도 양형에 참작된다.

알바생 C 씨는 지난 4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폄하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재판부는 “다른 사정과 함께 이 사건 게시글을 수백명이 직접 읽어보고 일부 사람들은 피고인의 글에 호응하는 댓글까지 게시하는 등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며 C 씨에게 징역 1년을 내렸다.

해당 내용을 얼마나 오래 올려 두었는가와 삭제 여부도 참작 사유가 된다. 지난 4월 D 씨는 세월호 사고 구조 현장에 투입된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한 것처럼 꾸며 인터넷에 게시했다. ‘친구가 구조 현장에 가서 확인하니 배에 희생자가 가득한데도 구조 담당자들이 저지해 구조에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이해될 수 있는 대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자작극이었다. 하지만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이 당시 10여 분만에 게시글을 삭제했다는 점을 정상 고려 사유로 삼는다”고 판시하며 양형에 반영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참작된다 해도 현재 사이버 명예훼손의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김 변호사는 “모욕죄의 경우 위헌심판 당시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비범죄화 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준은 정당한 비판을 할 때에도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규정이라고 볼 수 있고 재판을 거쳐 무죄가 나온다고 해도 그 판결을 받을 때까지 불려 다니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고 지적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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