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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 당국 주도 금융상품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였나’…월세대출 실적 겨우 17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서민 대상 정책금융상품이 시장의 무관심 속에 실패로 끝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을 출시할 때는 떠들썩했지만, 실제 상품이 나오면 서민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해 별다른 호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이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나 없이 만들다 보니 금융상품이 서민의 경제생활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받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월세대출 상품이 출시된 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대출 건수는 겨우 17건(취급액 19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말 현재 월세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은행은 신한, 국민, 우리, 하나, 외환, 농협, 기업 등 총 7개 은행이다. 이중 7건을 취급한 우리(83억원)와 신한(76억원)이 그나마 월세대출 실적이 좋은 편이었다. 국민(15억원)이나 외환(13억원), 하나(10억원)는 겨우 1건을 취급했으며, 기업과 농협은 아예 대출 실적이 없었다.

월세 대출 실적이 이처럼 나쁜 이유는 상품구조 자체가 서민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 등 5개 은행이 판매 중인 보증금부 월세 대출은 월세 보증금에 대한 질권 설정을 전제로 은행이 그 범위에서 월세를 대출하게 되는데, 질권 설정을 반기는 집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선 망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하지만 전세 대출의 경우 이자율이 낮고 일시에 목돈을 받아 보증부 월세 등을 지급할 수 있어 세입자에게 오히려 유리하다. 따라서 월세 세입자의 수요가 전세대출로 돌아서 월세 대출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임대차 기간 종료 후 누적된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도 있어 월세대출보다 마이너스 대출로 1~2개월 단기간 내 월세를 인출하고 상환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보험료로 높은 보장을 제공하는 무해약 환급금 보험상품도 판매 실적이 ‘0’다. 금감원이 2010년 4월 보험사들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무해약환급금 보험상품을 출시하도록 상품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비교공시를 강화하는 등 관련 규정을 마련했지만, 시장의 호응이 없었던 것. 보험사들이 적정 해약률을 산출하는 게 어려운데다 불완전 판매로 인한 민원 발생 가능성 때문에 아예 보험상품을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이 소비자나 서민을 위해 정책 금융상품을 내놓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철저한 사전조사 없이 출시해 금융소비자의 호응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금융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해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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