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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 간식 위생불량, ‘4대악 척결’ 어디 갔나
이번엔 동서식품 시리얼이다. 크라운제과가 식중독균이 검출된 ‘유기농 웨하스’ 제품으로 홍역을 치른 게 며칠 전 일인데 말이다. 시리얼은 아침식사 대용과 간식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식품이다. 직장인은 물론 어린 아이도 즐겨 먹는다. 이런 식품에 대장균 군이 발견됐다면 중대한 사고인데 동서식품은 대수롭지 않은 일인냥 넘기려다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비난에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습을 취했다. 국내 굴지의 식품업체 답지않은 모습이다.

동서식품은 자가품질검사 과정에서 대장균 군이 검출된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다시 생산라인으로 되돌려 살균한 뒤 정상 제품과 섞어 완제품으로 팔았다고 한다. 대장균 군은 식중독균과는 달리 가열하면 살균할 수 있는 데다 완제품을 재검사해 문제가 없을 때에만 판매했기 때문에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온 국민이 매일 먹는 식품을 만드는 대기업의 위생관이 이런 정도라니 놀라울 뿐이다. 대장균 군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유해성 여부를 떠나 생산과정에서 위생관리가 완벽하지 않아 다른 미생물이나 물질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를 다시 살균한 뒤 완제품으로 만들어 정상 제품과 섞은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다. 이는 마치 식당에서 조류 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를 가져다가 팔팔 끓여서 안전하다며 손님 앞에 내놓는 격이나 다름 없다. 이런 식당을 누가 찾겠는가.

하긴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식품업계의 오만은 비단 불량식품에 머물지 않는다. 얼마전 대학생들이 ‘질소과자로 만든 뗏목 타고 한강 건너기’ 이벤트를 벌여 내용물 보다 포장만 빵빵한 제과업체의 장삿속을 고발하기도 했다. 가공식품의 원료인 옥수수, 소맥, 원당 등의 곡물가격이 내려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화값이 올라 원료를 더 싸게 수입할 수 있어도 과자값은 거꾸로 올라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다보니 과자ㆍ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오름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배에 이르러 체감물가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 불량식품을 국민 생활을 위협하는 4대악 가운데 하나로 규정짓고 척결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시리얼 논란을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국민간식에 빈발하는 사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나치게 업체의 자발적 조치, 이른바 자가품질검사 제도에만 의존해 모니터링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차제에 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등 식품안전을 지킬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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