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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마법·교육·판타지 드라마…예능 식상한 아이들 불러모은다
- 제2의 전성기 꿈꾸는 어린이 드라마
2000년대 초엔 ‘매직키드…’ 돌풍
무한도전 등에 밀려 명맥 끊겨

KBS ‘마법천자문’ 대박 인기몰이
‘포돌이…’ ‘벼락맞은 문방구 2’…
다양한 콘텐츠 무장 제작 러시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년 동안 KBS 2TV를 통해 방영된 어린이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는 초등학생부터 중고생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사랑을 받으며 평균 시청률 15%이라는 신화를 썼다. ‘매직키드 마수리’ 이전에는 ‘지구용사 벡터맨’ ‘요정 컴미’ 등의 작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어린이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게 만들었다. 당시 어린이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문근영, 이홍기, 고아성, 유승호 등 아역 연기자들은 이후 성인 연기자로도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80년대에는 MBC의 ‘호랑이 선생님’이 공전의 인기를 모으며 5년 넘게 방영된 바 있다.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상파 방송에서 어린이 드라마의 명맥은 끊기고 말았다. 방영 시간대가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늦은 오후인 경우가 많다보니 제작비용에 비해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큰 이유였다. 또한 어린이 드라마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한정적인 소재와 표현상의 제약도 걸림돌이었다. 케이블 채널이 애니메이션 등 주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방송을 잠식한 것도 문제였다.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캐릭터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인 영유아 대상 애니메이션 외의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은 사실상 방송가에서 전멸 상태였다.

▶ KBS 2TV‘ 마법천자문’
고승희= 메가히트 만화와 만난 최강 CG… ★★★★
정진영= 방송 시간대만 제외하면 가족끼리도 보기 좋은 드라마 ★★★☆

낮은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를 의미하는 은어)’의 대명사였던 어린이 드라마가 다시 안방극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고전 동화를 액션추리극으로 재해석한 어린이 드라마 ‘코파 반장의 동화 수사대’로 반향을 일으켰던 KBS 2TV는 지난 8월부터 새로운 어린이 드라마 ‘마법천자문’을 편성해 그 반향을 이어가고 있다.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마법천자문’은 배우 천이슬, 그룹 포커즈(F.CUZ)의 래현, 보이프렌드의 동민 등 성인 연기자들을 대거 투입하고 특수 의상과 컴퓨터 그래픽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시청률 1%를 넘기기 어려운 방송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마법천자문’은 지난 8월 28일 8회분 시청률 2.3%(AGB닐슨 서울 기준)를 기록하는 ‘대박’을 기록했다.

▶ EBS‘ 포돌이와 어린이 수사대’
고승희="내 몸은 내가 지켜요.” 어린이를 위한 탁월한 범죄 예방법 ★★★
정진영=재미ㆍ교육 함께 붙잡은 괜찮은 콘텐츠 ★★★

EBS도 지난 2월 7일부터 동년 5월 23일까지 어린이 탐정들이 마을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을 그린 ‘플루토 비밀결사대’를 방송해 주목을 받았다. EBS는 지난달부터 경찰청과 함께 제작한 어린이 범죄예방 드라마 ‘포돌이와 어린이 수사대’ 정규방송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벼락을 맞아 초능력이 생긴 문구들을 얻은 어린이들이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벼락 맞은 문방구’를 선보였던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는 지난 7월부터 ‘벼락맞은 문방구’ 시즌2를 방송 중이다.

▶투니버스‘ 벼락 맞은 문방구’ 시즌2
고승희= 초능력’은 역시 시공초월한 인기소재…재밌는 건 애들이 먼저 안다 ★★★☆
정진영= 케이블다운 자유로움 느껴지는 즐거운 판타지 ★★★

어린이 프로그램의 부활은 드라마에만 그치지 않는다. MBC는 지난 7월부터 어린이들이 직업 체험기를 다룬 ‘어린이 직업탐험대 드림키즈’, 어린이들이 동물원 안에 집을 짓고 야생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과정을 담은 ‘동물가족 체험기 와일드 패밀리’를 방송하고 있다. 투니버스가 지난 2011년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 ‘막이래쇼’는 지난해 시즌5까지 제작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파반장의 동화수사대’를 연출한 기훈석 PD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줄이자 주시청층인 초등학생들이 ‘무한도전’ ‘런닝맨’ 예능 프로그램과 케이블 채널로 떠났고, 이는 다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어려운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며 “영유아 콘텐츠와는 달리 어린이 대상 콘텐츠는 캐릭터 사업이 쉽지 않고 PPL(간접광고)이 불가능해 수익 창출이 어려운 편인데 이에 대한 기준을 낮추는 등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작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이어 기 PD는 “‘마법천자문’이 동시간대 타 프로그램 시청률보다 1.5~2배 이상 기록하는 현상은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방증”이라며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 식상함을 느낀 어린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움직임이 느껴지는 만큼, 방송사 역시 미래의 잠재적인 시청자인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어린이 청소년 콘텐츠 제작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자는 “최근 성인물 제작이 레드오션화 되다보니 제작비 회수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어린이 대상 콘텐츠 제작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자극적인 일본의 특수촬영물이나 다소 심심한 유럽의 어린이 콘텐츠와는 달리 한국의 콘텐츠는 재미도 있고 자극적이지 않아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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