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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앤데이터> ‘노는 변호사’ 3000명, 전체의 15%…위기의 법률시장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법조계가 요즘 수난시대를 맞았다. 로스쿨에서만 매년 1500명가량의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법률시장 개방과 함께 외국법자문사들이 국내에 활발히 진출하면서 중소 로펌은 물론 대형 로펌까지 ‘살아남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개인 변호사는 사정이 한층 딱하다. 일반 변호사를 포기하고 보다 안정적 수입원을 얻기 위해 ‘휴업’을 신청하는 사례가 나날이 늘고 있다. 이른바 ‘노는 변호사’는 전체의 15%에 육박한다.

14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변협에 등록한 변호사 수는 2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만 2300여명이 넘는 변호사가 새롭게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이들이 한정된 사건 수를 나눠 수임하다 보니 변호사 1인당 수임하는 사건 수는 2007년 52.2건에서 6년만에 약 20건 줄어 지난해 33.3건을 기록했다. 


로펌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변호사 1명꼴로 인구 6000명 당 변호사 1명인 광주 등 다른 지역 비교했을 때 변호사 과다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같은 현상은 사건 수임이 쉽지 않은 중소 로펌들에게는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중소 로펌들이 3년 뒤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사실상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덩치를 불려 살아남고자 중소 로펌들은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첫 M&A 바람이 분 2008~2009년에도 법무법인 지평과 지성, 대륙과 아주 등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10위권의 중대형 로펌으로 성장해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휴업에 들어가는 변호사도 부지기수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휴업 변호사수는 지난달 기준 2988명에 달한다. 등록 변호사 수의 15%에 육박하는 수치다. ‘노는 변호사’는 2010년 1539명, 2011년 1631명, 2012년 2002명, 2013년 2362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변호사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변호사 시장이 어려워지고 보수가 낮아지니까 일반 변호사들 중 사내변호사나 공무원 등으로 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많고 휴업회원 수는 더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입도 옛말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기준 3년전 한달 평균 350만원 선이었던 임금은 지난해 300만원 선 아래까지 떨어졌다. 서울변협의 회비는 한달에 5만원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회비 미납자는 9724명 회원중 120명에 달했다. 서울변협 관계자는 “요즘 변호사들 중에는 변호사 회비를 내지 못하겠다고 아예 변호사회 등록을 빼달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약간은 낫다는 대형 로펌도 위기 자체는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일부 대형 로펌들은 파트너 변호사들의 임금을 최소 15% 이상 삭감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형 로펌들은 외국 로펌과 비교했을 때 거래액으로는 낮은 순위에 머무르지만 거래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선두로 올라선다. 외국 로펌에 비해 적게 받고 많이 수임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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