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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ng 기획]퇴근길 ‘개미지옥’ 통일로ㆍ남산터널에도 숨 쉴 길은 있더라
‘칼퇴’의 아름다운 완성은 이른 귀가다.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퇴근 시간을 사수하더라도 귀가에 시간을 허비해버리면 ‘칼퇴’의 미학은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지각 출근에는 관대해도 지연되는 퇴근에는 흥분하는 것이 우리네 샐러리맨의 ‘웃픈’ 자화상 아닌가. 기약 없이 꽉 막힌 퇴근길은 샐러리맨 입장에서 그 어떤 ‘새드무비’보다 슬프다.

퇴근길은 사실 습관에 가깝다. 막히는 길임을 뻔히 알아도 늘 같은 길로 퇴근하는 이유는 고래심줄보다 질기고 무서운 습관 때문이다. 습관을 극복하면 조금 멀리 돌아가도 신통방통하게 퇴근시간을 줄여주는 우회로가 열린다. 기자는 직접 퇴근시간에 서울 도심인 명동과 주거밀집지역인 강남을 잇는 남산터널, 일터가 집중된 광화문역과 주거밀집지역인 녹번역 부근을 잇는 통일로와 그 우회로를 비교 체험해봤다.

명동과 강남을 잇는 남산터널 대신 우회로로 택한 소월로의 한산한 모습.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남산터널…차라리 산을 타라= 남산 1ㆍ3호 터널은 서울 도심과 강남을 잇는 노선이다. 최단거리로 직접 서울 도심과 강남을 잇는 노선이다 보니 출퇴근 차량 대부분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터널은 ‘개미지옥’을 이룬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자가용 승용차의 도심통행을 억제해 교통 혼잡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고자 터널 통과차량에 대하여 혼잡통행료 2000원(토ㆍ일ㆍ공휴일, 운전자 포함 3인 이상 탑승시, 오전 7시 이전 오후 10시 이후 무료)을 징수하고 있지만, 최단거리의 유혹을 견뎌내는 직장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자는 퇴근시간이 걸쳐 있는 평일 오후 6시께를 선택해 직접 자동차를 몰고 명동역 부근에서 출발해 남산1호터널을 통과해 이태원역으로 향했다. 이 구간의 거리는 약 3.9㎞에 불과했지만, 터널 내부에서 지체된 시간은 무려 20여분에 육박했다. 이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닛 태티서의 두 번째 미니앨범 ‘홀러(Holler)’를 모두 감상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광화문역 인근과 녹번역을 잇는 통일로 대신 우회로로 택해 도착한 녹번역의 한산한 모습.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이성우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중앙지부 부지부장은 “퇴근길 남산터널은 진입하면 30분 가까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예사인 구간이지만, 서울 도심과 강남을 최단거리로 잇는 노선이기 때문에 자동차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며 “비록 돌아가는 길이지만 남산을 둘러가는 소파로와 소월로를 통해 터널을 피하는 것도 퇴근길에 고려해 볼 수 있는 우회로”라고 조언했다.

다시 명동역 부근으로 돌아온 기자는 우회로를 통해 이태원역으로 향했다. 기자는 남산1호터널로 향하는 진입로를 포기하고 남산공원으로 향하는 소파로를 탔다. 퇴근 시간 소파로는 한눈에 봐도 한산했다. 남산어린이공원 부근에서 소월로 방향으로 좌회전을 한 기자는 해방촌오거리에 도착해 신흥로를 따라 녹사평역으로 달렸다. 신흥로는 요즘 맛집 거리로 각광받는 경리단길과 가까워 맛집이 많은데다 길이 좁아 속도를 낼 수 없는 길이었지만, 남산1호터널의 ‘개미지옥’과 비교하면 애교 수준이었다. 다소 길고(약 5.1㎞) 약간 복잡한 길이었지만 이태원역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4분에 불과했다. 우회로를 타고 녹사평역 부근에 도착해 녹사평대로로 빠지면 반포대교, 한강진역쪽으로 빠지면 한남대교를 통해 강남으로 빠지기도 수월한 편이다.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우회로였다.

평일 퇴근 시간 무렵 퇴근길 차량으로 정체된 통일로의 풍경.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 퇴근길 정체 상습범 통일로…윗길로 둘러가라= 통일로는 서울 도심에서 주거밀집지역인 서대문구 홍제동ㆍ홍은동, 은평구 녹번동ㆍ불광동 등을 잇는 최단거리 코스이자 가장 넓은 길이다. 퇴근길 지옥은 그 자체로 운명이었던 셈이다. 내부순환도로와 통일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교통 정체의 주범으로 악명이 높았던 홍은동 홍제고가도로가 철거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통일로는 상습 정체구간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기자는 퇴근시간이 걸쳐 있는 평일 오후 5시 30분께를 선택해 직접 자동차를 몰고 세종대로사거리를 출발해 통일로를 타고 녹번역으로 향했다. 이 구간의 거리는 약 5.9㎞로 짧았지만, 차량 운행시간은 50여 분 가까이 소요됐다. 조용필 정규 19집 ‘헬로(Hello)’를 전부 감상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김용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대문지부 대의원은 “통일로는 이 구간을 통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이라며 “퇴근길에 한해 멀리 돌긴 하지만 자하문터널과 구기터널을 거쳐 불광역에서 내려오는 길도 우회로로 쓸 만하다”고 제안했다.

명동과 강남을 잇는 터널 중 하나인 남산3호터널 진입로 앞 풍경.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다시 세종대로사거리로 돌아온 기자는 우회로를 통해 녹번역으로 향했다. 기자는 자하문로를 거쳐 자하문터널을 지나 세검정교차로에서 우회전해 구기터널을 지나 불광역을 돌아오는 우회로를 탔다. 많이 길고(약 12.2㎞) 중간에 정체 구간도 있었지만 통일로처럼 대책 없이 막히는 길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구간과 비교해 2배 가량 긴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녹번역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4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막연하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아깝다면 이 우회로는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지루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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