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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 뚝 이익 뚝…눈물 뚝뚝…기업, 내년이 더 깜깜합니다
간판기업 8월까지 매출액 작년보다 줄어
엔저·EU 부진…내년 흑자 축소 가능성

이달 초 삼성전자가 내놓은 3분기 잠정성적표는 최근 우리 기업들의 걱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주력 제품 시장의 레드오션(red ocean)화, 미래 성장동력의 미비, 글로벌 금융전쟁의 여파 등이다. 아직 대부분의 기업들의 3분기 성적이 공개 전이지만, 이미 4분기까지는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내년도 하반기 이후 개선 기대감이 있지만, 확신보다는 바램에 가깝다.

지난 해까지 우리 기업의 실적을 뒷받침해준 것은 ‘성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타를 맞기전인 2008년 8.46%였던 유가증권상장사의 경상이익률은 2009년 3.88%까지 급락한 이후 2011년 8.16%까지 회복한다. 하지만 매출액은 2008년 686조원보다 50% 가까이 불어난 1033조원을 기록, 이익의 절대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12년 이후 경상이익률이 5%대로 떨어졌지만, 매출액 증가세를 유지한 덕분에 경상이익의 절대규모는 줄지 않았다.

그런데 올 들어 분위기가 심상찮다. 올 8월까지 매출액은 1176조원으로 작년동기의 1182조원만 못하다. 경상이익률은 작년동기(5.1%)에 못미치는 4.62%로, 2009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매출은 줄지 않았는데,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하락하는 전형적인 불황 모습이다.


이익기여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전자ㆍ자동차 업종은 물론 매출기여도가 높은 철강, 조선, 화학 등 중화학공업도 모두 경영 실적이 내리막이다. 예전에 고수익을 안겨줬던 주력모델들이 이제는 중국 등 신흥국 제품들과 출혈적 가격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최근 전경련 설문조사 결과, 향후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설비투자가 부진한데 매출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줄고 이익이 줄어드는데 경상수지가 좋아질 리 없다. LG경제연구원은 올 해 813억 달러에 달할 경상수지 흑자가 내년에는 61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흑자 규모로는 역대 3번째지만 2013년(799억 달러)보다 못한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뚜렷한 감소세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달러강세 속에서도 원화대비 더 한 약세를 보이는 엔화 환율 탓에 예전같은 수혜를 장담할 수도 없다. 유럽 경기가 부진한 것도 부담요인이다.

주력 수출기업들의 부진에 따른 내수 기업의 실적 부진도 예상된다. 기업들의 지출은 내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삼성전자 등 실적부진 기업들은 내년도 강력한 비용절감 방침을 이미 세워놨다.

재계의 관계자는 “뭔가 내세울 만한 게 있으면 4분기나 내년에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준비 중인 미래사업들이 제품경쟁력과 성장동력으로 제 역할을 발휘하려면 꽤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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