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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이정희>행복해지려면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세무자문본부 대표


사회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과 비교하는 속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비교성향이 강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남과 비교하려는 성향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수준과 내용에 있다. 타인과의 상향적인 비교는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경쟁자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비교성향은 개인의 성과를 높이는 순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비교 대상인 타인의 소득 수준에 미달하게 된다면 만족감이 오히려 낮아지는 것이 또한 행복의 역설이다. 이처럼 비교성향은 행복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처럼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사회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서구 사회에 비해 남과의 비교성향이 훨씬 강하다.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기 것이 늘었지만 남보다 적은 상황보다는 오히려 자기 것이 줄어도 남보다 많은 것을 더 선호한다. 특히 여성과 젊은층, 고소득층이 더 강한 비교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다.

비교성향과 물질주의 가치관은 강한 상관성을 갖는다고 한다.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사회적 기여보다는 개인적 영달을 중시하고, 직업 선택에서도 사회공헌이나 성취감보다는 보수나 평판을 더 중시한다. 자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관용과 타인 존중보다는 경쟁과 순종적 태도를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결국 이들은 공동체보다는 개인,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더 우위에 놓는 것이다.

제 3세계가 물질적 빈곤에 시달리는 반면 서구인들은 정신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서구적 물신숭배 현상이 가장 집약된 곳이 한국이라 할 만하다.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무엇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집단추종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지나친 유행추종과 사교육 열풍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타인과의 비교성향이 클수록 자녀에 대한 지원에 비해 부모에 대한 지원 의사가 낮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녀에게 자신의 노후 의탁을 위한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또한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삶에서 일을 가장 중요시하고 경쟁적 환경에서 전력투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시장경제가 공정한 경쟁원칙에 따라 운영돼야한다는 신념은 이들에게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강한 비교성향은 물질적 풍요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대가를 수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포함한 심리건강지수가 낮아지기도 한다. 비교성향의 부정적인 효과가 경제력 상승에 따른 행복의 증진 효과를 압도한 결과다.

평균적인 한국인들은 인간관계의 고립, 가치관의 혼란, 고용불안과 양극화, 사회적 갈등의 심화 등을 개인적 불행 및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꼽는다. 반면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평균 응답에서 낮은 순위에 있는 상대적 박탈감, 물질적 만족감 저하, 경기침체 등을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가하면서도 제로섬(zero-sum) 경쟁체제를 벗어나 행복한 미래가 담보되는 사회는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인에게 내재한 부정적 비교성향을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대안 모색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지나친 비교성향의 부정적 측면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달했기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 노동시장구조 개선, 복지강화 등 주요 과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비교성향이 사회 발전의 촉매가 되려면 비교목표가 자신의 경쟁자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의 한국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행복의 조건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도 필요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ㆍ인간관계ㆍ경제력ㆍ건강ㆍ공동체 간 균형이 필수다. 일과 경제력에 경도된 한국에서는 사회적인 건강의 추구, 공동체 참여와 나눔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경제적인 가치를 넘어 사회가치가, 개인적 영달과 함께 공동선(共同善)의 추구가 요구되는 시기다. 지난 8월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도 이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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