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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치부심 윤동식 "신기한 내 수염처럼…제2전성기"
“한국 선수 첫 3대 메이저 경험이 마지막 꿈
잘 싸워서 이번엔 면도기 CF 한번 찍어야죠”
7월 패배 딛고 내달 9일 ‘로드FC 019’ 출전



유도 47연승 신화를 뒤로 한 채 홀연히 종합격투기로 전향해 일본 프라이드FC와 K-1에서 많은 명승부를 연출한 스타 파이터 윤동식(42ㆍFC웰니스센터). 그가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한번 국내 대회 로드FC에 출격한다.

대회주최사는 윤동식이 오는 11월 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로드FC 019 대회에서 브라질유술 강자 ‘주카오’ 호안 카르네이루(35ㆍ아메리칸탑팀)와 대결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절치부심했다. “천재지변이 난다면 내가 질 것”이라는 필승 각오다. 7월 로드FC 017에서 속절없는 패배로 많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데 대해 마음으로 사과하고, 윤동식이 건재하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기 위해서다.


윤동식의 이미지 하면 덥수룩한 턱수염과 콧수염이 먼저 떠오른다. 윤동식은 배우를 해도 될 법한 꽤나 잘 생긴 얼굴을 지녔다. 파이터치고는 지나치게 번듯한 서글서글한 마스크다. 수염은 그런 그의 얼굴에 남성미와 터프함을 더해줬다. 팔자에도 없던 ‘마초 스타일’이 됐다. 광고계에서도 이 수염에 주목했었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함께 출연했던 피자헛 CF를 비롯해 지식경제부ㆍ한국IT중소벤처연합회의 공익광고 등을 경험한 그로서도 욕심낼 만 한 광고 제의가 2년 전쯤 왔다. G사 면도기였다. “윤동식씨, 지금도 수염 기르고 있으신가요?”라고 광고 에이전시 측이 먼저 물어본 데서도 알 수 있듯 ‘멋있는 수염’ 덕이었다.

사실 이 ‘고마운’ 수염은 윤동식 본인에게도 매우 낯설고 수상한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윤동식은 본래 수염이 나지 않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유도선수 시절에 제가 수염 기르고 찍은 사진이 있더냐”고 반문한다. 그는 “구레나룻만 좀 있었을 뿐, 코 밑과 턱에는 솜털조차 나지 않았다”면서 “면도기란 걸 30대초반까지 써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런 윤동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신기한 일이죠. 지금은 면도를 하더라도 이틀이면 금방 수북하게 다시 자랍니다.” 그는 “2005년 프라이드 데뷔전 상대였던 사쿠라바 카즈시와 팀동료가 된 후 함께 영영제 지면광고를 찍은 적이 있다”며 “이 때 선물로 받은 영양제가 일본 숙소 방 한칸에 가득했는데 그걸 많이 먹어 체질이 변한 게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십대 사춘기 때도 아니고, 33세에 갑자기 나기 시작한 수염.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변한다는 걸 방증이라도 하는 것 같다. 수염이 돋아나던 그 해 ‘유도왕’에서 ‘불굴의 유도 파이터’가 된 것도 그랬지만, 42세의 윤동식은 또 한번의 변화를 기다린다. 은퇴가 아니다. 제2의 전성기다.

윤동식은 이제까지 일본 프라이드FC와 K-1의 종합격투기대회 히어로즈, 드림의 무대를 모두 밟았다. 세계 3대 메이저 격투기단체 중 UFC만 아직 경험하지 않았다. 그는 “3대 메이저 단체를 모두 경험한 한국 최초의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가슴 속에 담아둔 현역 생활 마지막 목표를 드러냈다.

한국인 아버지, 그리스인 어머니를 둔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이 3개 단체를 모두 거쳤으나, 캐나다 국적이며 사실상 은퇴했다. UFC에서 활약중인 재일교포 추성훈(38ㆍ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은 일본 국적이며, 프라이드FC 무대는 밟지 못 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로드FC에서 뛰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UFC 주최사 측은 최근 몇년새 본거지 미국 외 유럽과 남미는 물론 일본과 마카우 등 아시아권 대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UFC 한국대회’가 열린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파이터들의 엔트리가 확대될 것이 유력하다. 한 번의 전성기를 보낸 노장 윤동식에게도 기회는 있다. 단, 역시 제2의 전성기를 증명해야만 한다.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소속사 협조로 개인 훈련시간을 100% 확보했다. 이미 체력적인 부분은 상당히 끌어올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상대인 카르네이루에 대해선 “지난 대회 때 싸웠던 후쿠다나 이번 상대나 수준은 비슷하다. 내가 잘해서 이기면 된다”고 했다.

그는 “프라이드 시절 (브라질유술 달인인) 무릴루 부스타만치랑도 대결했는데 카르네이루의 그래플링이라고 해서 겁먹을 건 아니다”라며 “사실은 요즘 좀 많이 맞고 있다. 타격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외 메이저 대회만 뛰던 그가 국내 대회에서 한 차례 망신을 당한 뒤 독이 올랐다. 자신이 출연한 광고 대사였던 문인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명언 “우리 인생의 최대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데 있다”을 되뇌인다. 그는 “그 면도기 CF, 결국 노홍철 씨가 했더라. 열심히 잘 싸우면 광고 출연도 다시 기회가 오겠죠?”라는 농담을 남기고 훈련지로 향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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