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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2번 접촉에?’…에볼라 감염 미스터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지난달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병원에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마누엘 가르시아 비에호 선교사가 입원했다.

간호조무사 A씨(여ㆍ44)는 이 신부의 위생처리를 담당했다. A씨가 소속된 팀은 지난 8월에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본국송환된 뒤 치료를 받고 닷새만에 숨진 미겔 파하레스 신부도 돌봤다. 

에볼라 환자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A씨는 비에호 선교사의 병실을 두번 들어갔다. 한번은 기저귀 천을 갈아줄 때 였다. 두번째는 환자가 사망한 직후 유품을 정리할 때다. A씨는 두차례 모두 마스크, 장갑, 가운 등 보호장비를 갖춰입었다.

선교사 사망 닷새만인 지난달 30일 A씨는 미열 증세로 마드리드 외곽 알코르콘의 병원을 찾았다. 체온이 38.6도 넘는지 체크했다. 지난 6일 A씨는 이번에는 고열 증상을 보여 다시 같은 병원을 찾았고, 6일 밤 카를로스 3세 병원으로 옮겨져 7일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 방역 시스템을 뚫고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첫 에볼라 감염 환자가 나타나자 보건 당국은 초비상이다. 

특히 아프리카 이외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에볼라에 감염된 스페인 간호사가 모든 보호장비를 갖춰 입었으며 단 두차례 접촉만으로 어떻게 에볼라에 감염이 된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7일 스페인 보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명확한 감염 경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프레데릭 빈센트 EU집행위 대변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분명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스페인 보건 체계를 의심했다.

아나 마토 스페인 보건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보건 규약을 엄격히 준수했더라도 감염 원천을 명확히 알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주(州) 보건국의 안토니오 알레마니는 “뭐가 잘못된 것인 지 아직은 잘 모른다. 감염 메커니즘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는 카를로스 3세 병원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부실한 의료장비를 원인으로 꼽아 주목된다. 

이 병원 종사자들은 병원이 지급한 보호장비가 호흡장치 등 면에서 국제보건기구(WHO) 규약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호장비가 감염원 차단에 완벽하지 않았고 자동 호흡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3세 병원 측은 엘 파이스에 “보호장비는 WHO 규약에 완벽히 들어맞는다”고 항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WHO는 에볼라를 포함한 바이러스 출혈열과 관련해 특수 보호장비 형태, 환자의 병실 출입 절차, 보호장비 탈의 방법, 병실 안팎 표면을 소독하는 절차 등 상세한 규약을 두고 있다. 

이런 절차 가운데 한 가지만이라도 어긋나면 자칫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댈라스 병원에 이어 스페인 알코르콘 병원도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그 결과 간호 조무사는 미열이 있었지만 에볼라에 감염된 지 모른 채 닷새를 보냈다.

스페인 현지 언론 엘문도에 따르면 이 조무사는 지난 6일 알코르콘 병원을 방문할 당시 에볼라 진단 시험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그를 응급실에서 다른 일반 환자들과 섞여 커튼만 쳐진 침대에서 대기하게 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간호사와 접촉한 알코르콘 병원 관계자를 포함한 50여명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남편과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또 다른 에볼라 음성 환자 등 2명이 격리조치됐다.

인구 17만명 알코르콘 주민이 대혼란에 빠졌음은 물론이다. 한 주민은 가디언에 “이웃에 에볼라 환자가 몇일 동안 살았을 지 모르는 일이다. 그가 슈퍼마켓이나 운동 하러 갔을 지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한편, 수전나 자카브<사진> 국제보건기구(WHO) 유럽 담당 이사는 7일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감염 국가로 광범위하게 여행하고 있고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래도 유럽은 발병 위험이 낮다는 것”이라며 “유럽은 에볼라를 포함한 바이러스 출혈열 대응 면에서 세계 최고로 잘 돼 있다”고 강조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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