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시장에서 100㎡ 이상 큰 아파트가 강세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형’이나 ‘중소형’보다 오히려 더 많이 올라 매매시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는 ‘대형’(136㎡ 이상)이 0.39% 올라 ‘소형’(40㎡ 미만) 오름폭(0.31%)보다 컸다. 이 기간 ‘중대형’(95.9~135㎡)은 0.45% 뛰어 ‘중형’(62.8~95.9㎡), ‘중소형’(40~62.8㎡)을 포함한 모든 크기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 |
특히 경기도에서 대형 아파트 전세가 많이 올랐다. 9월 경기도 ‘대형’은 평균 0.61% 올라 중대형(0.53%), 중형(0.55%), 중소형(0.57%), 소형(0.20%)을 제치고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올해 들어 더 심화하고 있다.
올 1~9월 수도권 아파트의 규모별 전세시세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대형은 3.46% 올라 소형(2.04%)을 1.42%포인트 앞섰다. 중대형 오름폭도 4.25%로 중소형(3.97%)을 넘어선다.
전세시장에서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건 매매와 달리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집을 나갈 때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매가 하락의 위험부담을 덜 느낀다.
부유층이 가장 부담을 많이 느끼는 세금문제도 상대적으로 신경 쓸 일이 적다. 거주 여건도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고가주택일수록 부담이 큰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 부담이 없는 게 대형 아파트 전세의 장점”이라며 “대형 보유자일수록 집을 여러채 가진 투자자가 많아 집주인이 직접 이사올 일 없고, 오래 거주할 수 있어 전세가 더 안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매매시장에선 주춤한 대형 아파트도 전세시장에선 분위기가 다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대표적이다. 타워팰리스1차 165㎡ 매매가는 한때 30억원 이상으로 뛰기도 했으나 현재 20억원 밑으로 매물이 나온다. 하지만 전세시세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졌던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10억원이상으로 거래됐다.
올해부터는 전세시세가 본격적으로 오른다. 타워팰리스1차 165㎡ 전세는 이달 14억원에 벌써 2곳에서 계약됐다. 1일엔 10층, 6일엔 50층 물건이다. 이들은 모두 올 초 만해도 12억~13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많게는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인근 타팰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해서 나오면 비싼 가격에 바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동안 중소형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돈을 조금 더 보태 차라리 중대형 전세로 옮기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중대형 전세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중소형에 비해 중대형 전세 매물이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워 좀 더 큰 전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중대형 전세 인기의 원인”이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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