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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시장서 ‘중대형’이 더 인기라고?
집값 하락-세금 부담 없어 선호
매물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
지난달 0.45% 올라 상승폭 최고
매매시장의 소형 강세와 대조적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캐슬’ 123㎡(이하 전용면적) 전세가 8억6000만원에 계약됐다. 22층 가운데 5층에 위치한 아파트다. 작년 10월 7억5000만원(3층)에 계약이 이뤄졌던 같은 크기 물건으로 1년 사이 1억원 이상 비싸게 거래된 셈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엔 6억원대 시세가 형성됐으나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다”며 “수요는 꾸준한데 물건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100㎡ 이상 큰 아파트가 강세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형’이나 ‘중소형’보다 오히려 더 많이 올라 매매시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전세시장에서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건 매매와 달리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강남 고가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는 ‘대형’(136㎡ 이상)이 0.39% 올라 ‘소형’(40㎡ 미만) 오름폭(0.31%)보다 컸다. 이 기간 ‘중대형’(95.9~135㎡)은 0.45% 뛰어 ‘중형’(62.8~95.9㎡), ‘중소형’(40~62.8㎡)을 포함한 모든 크기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특히 경기도에서 대형 아파트 전세가 많이 올랐다. 9월 경기도 ‘대형’은 평균 0.61% 올라 중대형(0.53%), 중형(0.55%), 중소형(0.57%), 소형(0.20%)을 제치고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올해 들어 더 심화하고 있다. 


올 1~9월 수도권 아파트의 규모별 전세시세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대형은 3.46% 올라 소형(2.04%)을 1.42%포인트 앞섰다. 중대형 오름폭도 4.25%로 중소형(3.97%)을 넘어선다.

전세시장에서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건 매매와 달리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집을 나갈 때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매가 하락의 위험부담을 덜 느낀다.

부유층이 가장 부담을 많이 느끼는 세금문제도 상대적으로 신경 쓸 일이 적다. 거주 여건도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고가주택일수록 부담이 큰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 부담이 없는 게 대형 아파트 전세의 장점”이라며 “대형 보유자일수록 집을 여러채 가진 투자자가 많아 집주인이 직접 이사올 일 없고, 오래 거주할 수 있어 전세가 더 안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매매시장에선 주춤한 대형 아파트도 전세시장에선 분위기가 다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대표적이다. 타워팰리스1차 165㎡ 매매가는 한때 30억원 이상으로 뛰기도 했으나 현재 20억원 밑으로 매물이 나온다. 하지만 전세시세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졌던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10억원이상으로 거래됐다.

올해부터는 전세시세가 본격적으로 오른다. 타워팰리스1차 165㎡ 전세는 이달 14억원에 벌써 2곳에서 계약됐다. 1일엔 10층, 6일엔 50층 물건이다. 이들은 모두 올 초 만해도 12억~13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많게는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인근 타팰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해서 나오면 비싼 가격에 바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동안 중소형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돈을 조금 더 보태 차라리 중대형 전세로 옮기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중대형 전세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중소형에 비해 중대형 전세 매물이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워 좀 더 큰 전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중대형 전세 인기의 원인”이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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