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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대손비용이 은행 보신주의 불렀다
국내 대손비중 0.77%…G6보다 높아
건전성 양호불구 당국 성화탓 높게 유지
전문가 “스페인식 적립비율 적용해야”



국내 은행의 대손비용 부담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건전성이 우수한데도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대손비용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안 그래도 경기침체와 저금리 등 각종 악재가 산재한 상황에서 대손비용까지 은행의 발목을 잡아 더욱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과도한 대손비용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취약업종 대출 비중을 줄이는 빌미를 은행들에게 제공해, 은행권 ‘보신주의’의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건전성 좋아도 대손비용은 많아=국내 은행 대손비용은 대손상각비 외 대손준비금이 포함된다. 대손준비금은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감독규정에 따라 계산된 최소적립액 간 차액으로, 은행의 과도한 배당을 막고자 도입됐다. 국내 은행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대손준비금을 따로 적립해야 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은행 통계사이트 뱅크스코프(Bankscope)에 따르면 한국 10대 은행의 대출채권 대비 대손비용 비중(2012년 말 기준)은 0.77%로 조사됐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의 타격을 받은 영국(1.23%)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캐나다(0.3%)와 프랑스(0.38%) 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G6 국가 평균(0.57%)보다도 0.2%포인트 높다.

그렇다고 국내 은행이 대손비용을 많이 적립해야 할만큼 건전성이 취약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총여신 대비 무수익여신 비율 1.39%로, 일본(1.3%)과 비슷하다.

일본은 대손비용 비중이 0.11%로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국가다. 대손비용 비중이 우리와 같았던 미국은 3.73%로 우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우리보다 대손비용을 덜 쌓았던 독일(3.83%)과 프랑스(3.8%)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당국 눈치 때문에…‘보신영업’ 어쩔 수 없다=국내 은행이 필요 이상으로 대손비용을 쌓는 이유는 과거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등을 겪으면서 감독당국의 건전성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은행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카드대란 직후인 2003년 31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2009~2012년 연간 평균 24조원을 웃돌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의 과도한 대손비용 부담은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은행의 경영전략과 맞물리면서 취약업종 대출 비중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건설이나 해운, 조선 등 경기민감 업종들은 업황이 악화됐을 때 은행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은행은 오히려 ‘비오는 날 우산을 뺏는’ 식으로 여신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은행권 ‘보신주의’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대손비용을 무조건 높게 가져가기보다 스페인처럼 호황기에는 대손 적립비율을 높이고 불황기에는 적립비율을 낮춰 은행 대출의 경기순응성 문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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