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초등학교 교사였던 20대 여성 IS 대원 된 사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초등학교 교사였던 20대의 젊은 여성이 번듯한 직장을 버리고 나와 여성에겐 가혹할 정도로 보수적인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스스로 가담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까지 IS에 몸 담고 있었던 25세의 시리아 여성 ‘하디자’(가명)는 6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더 추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내놨다.

교육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자란 하디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됐을 때까지만 해도 IS에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을 때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반대하는 평화시위에 참여한 것이 전부였다.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S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하디자’. 검은 니캅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눈에 띈다. [자료=CNN 방송]

하지만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폭력과 혼란이 일상화되면서 하디자는 잔혹한 현실에서 도망칠 곳을 찾게 됐다.

IS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였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만나 친해지게 된 튀니지 남성이 조금씩 IS를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IS가 알려진 것과 달리 테러조직이 아니며 “이슬람 교리를 적절한 방식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잔혹해 보이는 모습도 국가를 통제하기 위한 전쟁을 수행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라면서 시리아의 라카 시에 오면 자신과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설득까지 했다.

먼저 IS에 합류한 여성 친척도 하디자를 꼬드겼다. 라카에서 IS의 여성 경찰조직인 ‘한자 여단’(Khansa’s brigade) 일을 하고 있던 친척이었다.

이에 넘어간 하디자는 어린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기 쉽다는 구실로 가족들을 설득해 모두 같이 라카로 이사를 갔다.
시리아 도시 라카에는 여성들의 복식을 단속하기 위한 여경 조직 ‘한자 여단’이 활동하고 있다. 소총으로 무장한 여성 IS 대원들은 잘못된 옷을 입은 여성을 적발하면 채찍질까지 할 수 있다. [자료=CNN 방송]


그리고 그곳에서 하디자는 한자 여단에 자원 입대하게 된다.

한자 여단은 25~30명의 여성 IS 대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거리를 순찰하면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여자들을 적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AK 소총과 단검으로 무장하고 복장 규정을 위반한 여성들을 채찍질로 다스리는 막강한 권한 때문에 시민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디자는 총기 훈련을 받으며 매달 200달러의 봉급을 받았다. 음식을 배급받기도 했다.

그러던 하디자가 IS에서 나와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그가 IS에 가입한 것을 눈치챈 어머니의 경고 덕분이었다.

어머니는 그에게 “눈을 뜨고 스스로를 돌아봐라.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모른다”고 말하며 IS에서 빠져나올 것을 거듭 당부했다.

또 IS의 잔혹성을 체감케 하는 사건을 몇차례 경험하면서 하디자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디자에 따르면 IS는 남성 전투원들에게 신붓감을 찾아주고 결혼하게 했다. 외국인 전사들은 이렇게 맺어진 부인에게 성폭행과 폭력을 서슴지 않아 응급실 신세를 져야하는 여성들이 많이 나왔다.

설상가상 하디자의 상관이 그에게도 결혼할 것을 강요하자 그는 탈출을 결심하게 됐다. 최근 미군이 주도한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된 틈을 타 그는 시리아를 빠져나와 터키로 피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아직 시리아에 남아있다는 그는 아직까지도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여성용 복식인 ‘니캅’을 꼭 착용한다고 했다. 그는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졌던 것이 후회된다”면서도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두려울 뿐 아니라 IS 밖의 삶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