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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국경제의 취약성 드러낸 삼성전자의 실적부진
우리나라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7일 ‘슈퍼 어닝쇼크’ 수준의 3분기 경영성적표를 내놓았다.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은 지난해 3분기(10조16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이 회사가 석달 전, 2년만에 8조원을 밑도는 2분기 실적(7조2000억원)을 발표했을 때 위기감이 컸던 것을 생각하면 시장의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정점을 찍은 뒤 내리 나빠지는 것은 삼성 제품이 글로벌 고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 자리를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싼 중국 업체의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마저 애플이 화면을 키운 아이폰6를 내놓으면서 흔들린다. 지난주 아이폰6를 출시한 애플은 1000만대 넘게 판매하는 신제품 효과를 누린 반면 삼성 노트4에 대한 반응은 예전같지 않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스마트폰 이후를 담보할 만한 미래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모바일헬스, 자동차용 전지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선발주자들이 쳐놓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금 수십조 원을 쌓아 놓고도 변변한 인수ㆍ합병(M&A) 하나 못했다.

선진국 기술에 밀리고 중국 등 후발업체에 치이는 넛크래커 상황은 스마트폰 등 IT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현대중공업에서 보듯이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조선업도 중국에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한국경제를 이끄는 버팀목이다. 이들의 순이익이나 주식 시가총액의 비중이 너무 높아 경제를 읽는데 착시현상이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경제가 어려운 터에 이런 대기업까지 흔들리면 한국경제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나라경제가 위기에 처할때 마다 과감한 의사결정과 치밀한 전략으로 돌파구를 열었던 삼성의 저력을 이번에도 보여줘야 할 때다.

4분기에도 한국경제엔 만만찮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치솟고 있는 ‘수퍼달러’는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 입장에선 분명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반감시키는 엔저 가속화 현상이다. 가뜩이나 중국에 쫓기고 있는 판에 일본에도 치이게 되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우리 기업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도 환율 미세조정, 투자환경 개선 등으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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