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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유덕열>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의 과제
 유덕열(동대문구청장)


1995년 부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시작초기에는 “같은 생활권에 있는 서울에서 무슨 지방자치냐?”며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익숙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법을 제대로 손질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는 강남과 강북의 현저한 소득격차를 가져왔고, 강북의 자치구는 상대적으로 주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데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강북 자치구의 사정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비와 필수적인 경상경비 지출에 1년 예산의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숙원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줄은 안다. 하지만 강북의 자치구는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허리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주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행사성 경비를 삭감하고, 업무추진비와 사무관리비를 감액하고 볼펜 한 자루, 복사지 한 장도 아껴쓰는 등 긴축예산을 편성해 효율적인 재정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재건축·재개발은 물론 굵직한 복지시설도 민자유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복지와 재활을 돕는 전초기지가 될 글로컬(Glocal)타워의 건립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고 생계가 곤란한데도 법적요건을 갖추지 못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 틈새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동대문구 14개 전동에서 동별 ‘희망복지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자영업자로부터 기업체, 종교단체, 교육기관, 금융기관 등 동별로 20∼50명으로 구성된 민간차원의 새로운 복지 시스템인 동희망복지위원회는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의 불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재산세의 공동과세로 일정부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목교환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강남·북의 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는 재정이 어려우면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하고자 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와 여당은 연이어 담배세, 자동차세, 주민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이나 부자들의 감세를 추진하면서도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약속하고도 갑자기 증세카드를 꺼내 든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터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방재정의 확충방안까지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세의 중요한 기능중 하나가 소득의 재분배이다. 사람중심의 행복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재정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세법을 개정해 지방세 비율을 확대하고, 재정자립도에 비례한 각종 교부금의 획기적인 증액이 절실하다.

교육은 물론 치안, 소방의 자치적인 운용과 함께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지방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방재정의 안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권한의 이양과 함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스웨덴과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세금을 늘리고 교육과 복지혜택은 무한대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중앙집권화된 위로부터의 하향식 지방자치로 후진적인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다.

성년을 맞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중앙정부와 함께 풍요로운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방자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방자치의 발전 없이는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없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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