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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의 패권에 대한 위기감, 강한 유럽을 지향하는 기든스의 주장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전 영국총리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권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제 3의 길’로 유명한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강력한 유럽 통합을 주장한 신간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이종인 옮김, 책과함께)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유럽합중국 건설을 제안한 윈스턴 처칠의 1946년 취리히 연설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와 높은 청년실업, 유럽 내 국가간 분열 및 갈등으로 유럽연합의 회의론이 팽배해지는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응해 ‘강력한 유럽통합’을 추구할 것을 역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든스는 지금의 유럽연합이 민주주의와 효과적 리더십이 동시에 결여돼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유럽연합이라는 조직이나 제도가 사실상 3개로 쪼개져 있다고 지적하는데, 그 하나는 집행위원회ㆍ이사회ㆍ유럽의회라는 제도 혹은 ‘유럽 각국의 국민적ㆍ국가적 이해나 결정과정과는 동떨어진’ 공식기관이며, 또 다른 하나는 실질적으로 유럽을 움직이는 막후의 실권자로 독일총리 앙겔라 메르켈,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와 올랑드, 그 외 한두명의 회원국 지도자, 그리고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총재 등으로 구성된다. 이것을 기든스는 EU1과 EU2라고 부른다. 마지막은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와 기관들이 작성한 다수의 미래계획, 로드맵, 기타 계획 속의 유럽연합인데, 이것은 종이 위의 글자로만 남았다고 해서 ‘종이 유럽’이라는 개념으로 불린다. 


이러한 분열과 혼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외 리더십에 기반한 강한 유럽을 만들기 위해 기든스는 먼저 유로화를 방어하고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금융통합기구를 설치하고 유로존 국가들의 금융 주권 중 일부를 경제적 지배기구에 이양함으로써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포함한 유럽 전체의 구조 개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개혁과 더불어 정치적 통합조치도 시급하다는 것이 기든스의 제언이다. 개별국가주권을 유럽연합에 더 많이 이양하고, 유럽연합으로 더 많이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유럽연방주의’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유럽연방주의가 추구하는 사회 모델은 전통적인 복지 국가에서 사회적 투자국가(사회투자국가)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투자국가는 복지와 성장(부의 창조)을 동시에 이루는 것으로, ‘노동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직업 훈련이나 어린 세대에 대한 교육, 복지 수혜자들의 의무, 수익을 내는 공공부문 등을 내용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강한 유럽의 필수조건은 군사력을 포함한 권력이다. 유럽 내의 분쟁에서조차 미국의 군사력에 도움을 요청하고, “미국의 돈으로 운영되고 미국의 기술을 사용하도록 요구되는 나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앤서니 기든스의 ‘강한 유럽’은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질서에 대한 위기감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사라지거나 위축될 경우 남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G2 뿐이라는 사실”“유럽연합의 중요성이 약화되거나 사라져 버린다면 유럽은 중소 국가들이 난립하는 낙후 지역으로 전략할 것”이라는 문구는 기든스의 의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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