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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담배 권하지 않는 사회
하루 심할 때는 8갑, 보통 4갑을 피웠다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몇 년전 담배를 끊었다. 비결은 간단하다. ‘존버정신’이다. ‘안 피우면서 열심히(X나게) 버티는 정신 하나면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고 금연의 지름길이지만 ‘존버정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애연가들은 잘 알 것이다.

담뱃값 인상 소식이 나오자 이외수씨는 트위터에 한마디를 남겼다.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주장은 용왕님 토끼 간 씹다 어금니 부러지는 소리”,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이씨와 비슷해 보인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앞세운다. 하지만 국민들, 특히 애연가들은 ‘증세꼼수‘로 받아들인다. 실제 여론조사도 다르지 않다. 다소 편차가 있지만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민심은 이렇다. 지금 담뱃값은 싸다,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 인상에는 찬성하지만 2000원은 한꺼번에 많이 올리는 것이다. 국민건강이 아니라 증세의 방편이다. 한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면 담뱃값 인상이 증세라는 답이 65%로 건강증진이란 주장(34%)를 압도했다. 흡연자중 20%, 비흡연자는 80%가 담뱃값 인상에 찬성했다. 담뱃값 올려도 된다고 한 흡연자 20%중에는 이번 기회를 담배를 끊을 사람들일 것으로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직업별로 보면, 담뱃값 인상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슈가 솟아오른다. 자영업자의 46%, 블루칼라의 42%가 반대했다. 반면 화이트칼라는 55%가 찬성했다. 실제로 밥벌이가 괜잖은 화이트칼라보다는 소득이 낮은 블라칼라의 흡연율이 높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소득을 4분위로 나눠보면 소득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았다. 남성흡연율은 4분위중 소득이 가장 높은 ‘상’은 37%, ‘중상’은 41% ‘중하’는 43%, ‘하’는 47%였다.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층과 가장 낮은 하위층의 흡연율은 10%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복지와 증세는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여론 역시 ‘세금을 더 내서라도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현재 복지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로 팽팽하다. 이 와중에 국민들의 건강도 챙기고 세금도 더 거둘 수 있는 담뱃값 인상 만큼 명분 있는 증세대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이 결국 서민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없다는 역진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담뱃값 인상정책의 열쇠인 듯 보인다. 인상폭에 대해 정치권이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8일 17개 시도지사들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증진을 위한 담뱃값 인상에는 찬성하지만 서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인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담배를 권하거나, 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중요하다. 흡연자에게 담뱃값 인상은 ‘병주고 약주고’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든지도 모른다. “진실로 정부가 국민건강을 그토록 염려하신다면 깔끔한 정치로 국민 스트레스나 좀 줄여 주시지요.”란 이외수씨의 주장에 답이 있는 것이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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