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 등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 3명이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을 방문한 가운데 남북은 조만간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남북대표단의 오찬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북측은 그동안 우리가 제안했던 제2차 남북고위급접촉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고위급접촉 개최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측은 2차 회담이라고 한 것은 앞으로 남북간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 3명이 동시에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남북간 고위급회담 이상의 얘기를 나눈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부 최고직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룡해 당 비서는 사실상 북한 권력 2, 3위를 다투는 실세 중 실세이며,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비서 역시 당 서열 10위권 안에 드는 최고위급 인사다.
이런 북한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판문점 실무접촉이나 문서교환으로도 충분한 2차 고위급접촉 수용 의사를 밝히기 위해 한국을 일부러 방문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남긴다.
1차 고위급접촉 때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이날 오찬회담에서는 사실상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배석하는데 그쳤다는 점은 이날 최고위급 오찬회담의 위상과 무게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1차 고위급접촉 때 국방위원회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북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이날 북한 대표단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준하는 중대제안이나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거론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무성하지만 정부는 고위급접촉 이외에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여러 현안에 대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면서 “일단 향후 고위급접촉을 성과 있게 진행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측 대표단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나 메시지도 가져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간 여러 현안을 협의해서 해결하자는 게 이번에 북측 대표단이 가져온 메시지인데 이게 김정은 제1위원장의 메시지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친서는 안 가져온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대표단은 우리측이 박근혜 대통령 예방을 우회적으로 권유했으나 정중하게 사절했다.
임 대변인은 “대통령은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만날 용의가 있었으나, 북측이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왔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청와대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 대표단은 박 대통령 예방이 무산된데 대해 양해를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