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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같은 갤럭시노트4인데 여기서는 95만원 저기서는 105만원?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10월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스마트폰 가격과 통신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당초 법안 취지와 달리, 방통위와 미래부가 시행령을 만들어가면서 점차 산으로 올라간 결과 ‘이통사 이익 보호법’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통사의 이익과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은 비례하는 만큼,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발은 거셀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최대한 많은 효용을 이끌어내는 자본주의 경제인 만큼, 소비자들은 형사처벌과 이통사들의 ‘쥐꼬리 보조금’ 틈새를 뚫고 저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받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기계를 사서 알뜰폰의 반값 유심을 끼워 사용하는 것입니다. 반값 유심을 2년 사용할 경우, 같은 사용량의 이통 3사 요금제 대비 약 30만원에서 40만원 정도의 통신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이통 3사가 선심 쓰듯이 던져주는 8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고 값 비싼 요금제 상품을 중도 반환 시 또 몇 십만원을 물어낸다는 서약까지 강제로 하며 쓰는 것 보다 훨씬 이익입니다.

문제는 반값 유심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기계가 필요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장농 스마트폰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이 공기계를 가지고 있을 턱이 없습니다. 하이마트나 디지털프라자, 베스트숍, 또는 각 제조사 홈페이지에 가서 새 기계를 사거나, 중고폰을 사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먹고 매장에 가더라도 당혹스럽습니다. 이통 3사에서 95만원으로 ‘출고가’를 명시해논 갤럭시노트4가 삼성전자 홈페이지, 또는 디지털프라자에 가면 105만원에 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통마진”이라고 설명합니다. 이통 3사는 갤럭시노트4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게 목적이 아니라, 갤럭시노트4를 이용해 2년 동안 고가 통신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를 유혹하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유통마진 없이 팝니다. 반면 제조사의 직판 매장은 기계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말기 가격에 마진까지 붙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이통사에서는 삼성전자에서 납품받은 가격 그대로 소비자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저런 비용까지 감안하면, 단말기 판매 자체는 손해라고 설명합니다. 운송비, 보관비, 할부이자 5.9%로도 감당 안되는 금융비용을 더해야 하지만 “소비자를 위해”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 속에는 통신 상품 자체를 팔아 남는 마진이 이런 손해는 감내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다는 자랑이 숨어있습니다.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미래부 당국자들과 이통사에서는 ‘분리 공시’가 큰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습니다. 쥐꼬리 보조금을 다시 이통사 몫과 제조사 몫으로 나눠 공개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20만원을 받는지, 8만원을 받는지”가 중요하지, 이게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인지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정부와 이통사는 왜 이리 호들갑을 떨었을까요. 심지어 통신사는 ‘쥐꼬리 보조금’을 원망하는 방통위원장을 향해 “제조사 책임”이라는 말로 ‘분리공시’ 무산 때문이라고 용감하게 말할까요?

바로 앞서 말한대로, 스마트폰 유통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처럼 제조사가 이통사의 유통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향후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마음 놓고 폭리 수준의 이동통신 상품을 계속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반대로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큰 마음을 먹고, 스마트폰을 TV나 냉장고처럼 유통, 판매하기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제 이통사는 원치않았던 요금 인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그동안 통신 상품을 가입하는데 가장 큰 미끼였던 스마트폰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통신비 거품을 없에기 위해서라도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유통을 강제로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서 통신비가 비싼건지, 아니면 이통사들이 비싼 통신 상품을 속여 파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가격도 부풀려논건지, 답은 그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지금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문제는, 보조금이 많아서 생긴 문제도 아니고, 보조금에 꼬리표를 붙이지 못해 생긴 것도는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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