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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구, 살육의 역사에 보내는 촘스키의 비판,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러시아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다큐멘터리영화작가인 안드레 블첵은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의 연구실을 방문했던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MIT에 있는 노엄의 연구실에 가보면 한쪽 벽에 버트런드 러셀의 상징적인 사진 한 장과 그가 했던 한 마디가 붙어 있다. ‘단순하면서도 압도적으로 강력한 세 가지 열정이 나의 삶을 다스려왔다. 사랑을 향한 갈망, 지식의 탐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기억할 때마다 왠지 그게 노엄이 했던 말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그가 마치 그 말이 자기 자신의 인생철학을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하는 양심’이자 비판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의 사상을 담은 신간 번역서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권기대 옮김, 베가북스)은 안드레 블첵과의 대담집이다. ‘서양이 저지른 기나긴 테러의 역사’라는 책의 부제가 내용을 함축한다. 서양이 당한 혹은 당하고 있는 테러의 역사가 아니라, 서양이 다른 세계에 대해 저지른 야만과 폭력의 역사를 고발하고 있다. 노엄 촘스키의 역사관과 정치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담집이다.

촘스키로 하여금 십대의 어린 나이에 정치적 사고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뉴욕시의 신문가판대에서 시작해 그의 회고는 점차 시야를 넓혀가면서 식민주의 및 제국주의의 통제, 프로파간다와 미디어, 아랍의 봄, 미국 세력의 약화, 현재의 세계정치지형까지 아우른다. 촘스키와 안드레 블첵은 니카라과, 쿠바, 중국, 칠레, 터키, 인도네시아,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하나씩 짚어나가며 서구 식민주의의 고통스러운 유산을 강력하고도 신랄하게 폭로한다.

세계 언론 및 기관을 지배하는 서구중심주의와 인종ㆍ문명차별주의의 ‘프로파간다’ 속에 숨겨진 ‘광기와 야만의 폭력’을 고발하고 비판한다. 제국-식민지 시대에서 냉전시대,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주요 역사적 사건에서 보여준 서구의 탐욕과 폭력, 그것을 자유와 평화, 문명의 이름으로 미화했던 서구 중심 이데올로기의 양상을 촘스키의 육성이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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