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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코끼리 3만5000마리는 왜...알래스카 해안에 상륙했을까…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해빙 급감…먹이도 크게 모자라 아사 속출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해빙(海氷)이 사라지면서 갈 곳 잃은 바다코끼리 수만마리가 알래스카 해안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달 27일 알래스카주 북서부 포인트레이 해안을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3만5036마리의 바다코끼리가 이곳에 상륙했으며 그 중 36마리가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같은 곳을 촬영한 항공사진에서 바다코끼리 수가 1500마리 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4일 동안 육지로 올라온 바다코끼리가 23배 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포인트레이 해변에 바다코끼리가 이처럼 많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2011년엔 이 일대 해안에 3만마리가 상륙했으며 지난해에도 1만마리가 포착됐다.

하지만 올해처럼 많은 수의 바다코끼리가 몰려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홀아웃’(haul-outㆍ대량 피신) 현상이 올해 특히 심각해진 원인으로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북극 바다얼음의 감소를 꼽는다.

바다코끼리는 바다에서 사냥을 할 때 잠수 전후로 틈틈이 바다얼음 위에서 쉬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해빙량이 급감하면서 휴식처가 사라진 바다코끼리들이 어쩔 수 없이 해변가로 몰려온 것이다. 이렇게 되면 먹이를 잡기 어려워져 향후 개체수 감소도 우려된다.

실제 NOAA에 따르면 지난달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예년에 비해 3℃ 상승했다.

NOAA는 관측 사상 이래 이처럼 장기간 북태평양 해수온도가 높았던 적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 해빙 면적은 지난달 17일 현재 502만㎢로, 올 들어 가장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이는 역대 해빙면적 기록 중에서도 6번째로 작은 것이다.

실제로 NOAA의 사진자료에서도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추크치해 바다에선 해빙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세계자연기금(WWF)의 마거릿 윌리엄스 북극프로그램 대표는 “바다코끼리가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에 넓게 흩어져 살아야 하는 시기에 해안가에 대거 몰려든 것은 기후변화가 북극 해양생물의 분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예시”라며 “추크치해와 베링해협을 공유하고 있는 러시아 쪽 해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 레오나르 WWF 기후변화 부문 부회장은 “이전 세대가 보지 못한 북극의 재앙을 느린 속도로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얼음 감소로 북극 야생동물들은 매년 이주를 해야 하고, 바다코끼리와 북극곰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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