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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준 선임기자의 서울이야기> 전기료 0원…십자성마을의‘태양찬가’
市, 2년전 시범마을로 선정
태양광 설치후 에너지 자립 실현…친환경에너지 체험코스도 개발


유난히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렸던 올 여름 서울 한복판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면서도 전기료를 한 푼 내지 않은 집들이 있다. 1년 전부터 집집마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강동구 천호동 십자성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450여 가구에 1000여 명의 주민이 이웃하며 살고 있는 이 마을은 2년 전 서울시의 에너지자립 시범마을로 선정됐다. 주민 교육과 전북 부안의 등용마을 시찰 등을 통해 주민 단합과 에너지자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실태에 대한 진단에 이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지난해 21가구가 설치했고, 올해엔 9가구가 설치해 현재 ‘태양광 가구’는 30가구다.

이들이 설치한 태양광은 3㎾짜리로, 약 800만원 정도 들어가는 설치비를 각 가구와 서울시가 각각 절반 정도씩 부담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십자성 마을.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서 있다.

이 마을에서 40년째 거주하며 에너지자립을 실천하고 있는 노성남(68)씨는 “올해 일조량이 풍부해 우리 집을 포함해 7가구의 전기료가 3~4개월째 제로를 기록했다”며 “평소 5만~6만원 지출하던 전기료를 절감하고 환경도 보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은 1974년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에 주민들이 에너지자립과 태양광발전에 적극 참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배경도 한몫했다. 참전용사들은 초창기 90가구에서 지금은 46가구로 줄었고, 그 자리를 일반주민들이 들어왔다.

2년 전 이 마을의 에너지자립 활동은 가정의 에너지 진단에서부터 시작됐다.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사용하지 않는 코드를 뽑거나 멀티탭을 사용해 전기를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세톱박스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잡아먹는지 설명하고 실천하도록 했다. 이러한 절감 노력과 대체에너지 생산으로 이 마을은 전체 전력 사용량을 지난해 14%, 올 상반기엔 33% 정도 절감했다.

마을회관에는 홍보관을 겸한 절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엔 태양광발전과 창호개선, 텃밭 등 에너지절감과 친환경 생활방식을 보여준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특히 회관 한쪽 벽면에 각 가정의 전력사용량을 막대그래프로 표시해 놓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고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마을절전소다.

이러한 성과가 알려지면서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고, 해외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동구와 서울시는 이곳과 고덕그린에너지발전소, 고덕천, 암사태양광발전소 등을 잇는 친환경에너지 체험코스를 개발, 활성화할 방침이다.

십자성마을은 서울에서의 에너지자립이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노력이 확산된다면 에너지위기, 환경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커다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 마을의 ‘태양찬가’는 바로 희망의 씨앗인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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