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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예능한류’ 일등공신 포맷 수출…‘런닝맨’, ‘꽃할배’는 되는데 ‘무도’는 왜?
tvN ‘꽃보다 할배’

고승희=알고 있지만, 잊어버린 ‘보편적 감정’의 힘 ★★★★☆

정진영=세상에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남녀이든 노소이든. ★★★★☆


SBS ‘런닝맨’

고승희=죽자고 게임하더니, 그게 통했네 ★★★

정진영=재미가 있을 것 같긴 한데… 대체할 캐릭터 찾기가 쉬울지… ★★


MBC ‘무한도전’

고승희= 무형식을 형식으로 만드는 김태호 PD와 6인의 멤버…포맷수출이야말로 무한도전 ★☆

정진영=너무나도 강력한 캐릭터의 힘. 대체불가! ★

<포맷 수출 강약점 한줄평/수출지수 별점>

지난 한 해 지상파 방송3사를 비롯해 케이블, 종편 채널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에 자체 콘텐츠의 포맷을 수출하며 ‘예능 한류’를 이끌었다. MBC ‘아빠!어디가?’가 중국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을 포함해 총 9개의 방송포맷이 수출됐고, 올해에는 SBS ‘런닝맨’이 중국으로, tvN ‘꽃보다 할배’가 미국으로 판매됐다. 불과 6년 전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서 TV포맷 연구를 국내 최초로 시도할 당시 “어떻게 우리 프로그램을 수출하냐”는 대화가 오갔다는 사실을 주지하면 ‘격세지감’을 불러올 만하다.

현재 전 세계 대중문화시장에서 방송포맷은 소프트파워 시대의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방송포맷이란 좁게는 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핵심 아이디어 또는 형식을 의미하며, 넓게는 한 프로그램의 기획ㆍ개발 과정부터 제작, 편성, 마케팅, 광고, 송출 등 콘텐츠 구성의 전과정을 일컫는다. 흔히 해외에서 말하는 포맷이란 넓은 의미를 이야기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산업팀 관계자는 “포맷 수출은 현지인이 현지언어로 다시 만들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시즌을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 프로그램의 고유속성은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시즌 단위의 계약을 통해 편당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말로 방송포맷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각사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국내 예능 콘텐츠도 해외 시장의 선봉에 서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포맷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닌 전쟁터”(황진우 CJ E&M 방송글로벌콘텐츠개발팀장)라는 데 입을 모은다. 포맷 강국 네덜란드는 물론 이스라엘이 신흥강자로 치고 나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프로그램의 기획, 제작역량은 세계 톱10 수준”(황진우 팀장)이며 이를 토대로 “기획 단계부터 팔 수 있을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김일중 SBS 크리에이티브 오아시스 랩 차장)는 조언도 나온다.

예능왕국이라는 말도 부족할 만큼 수많은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와중에도 ‘진흙 속의 진주’가 존재하는 것처럼 국내 안방 정서에만 맞춰 제작되고, 포맷이라 규정할 만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해도 포맷 수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능성의 기준’이 있다. 


▶ ‘꽃할배’의 미국 진출=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는 국내 콘텐츠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영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나영석 PD가 진두지휘한 ‘꽃보다 할배’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미국 지상파 채널(NBC)에 포맷을 판매했다. ‘베터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더 늦기 전에)라는 제목으로 태어나는 미국판 ‘꽃할배’는 한국판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할배’들과 젊은 짐꾼이 해외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는다.

‘꽃할배’가 미국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저력은 포맷 전문가들이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필수요건 4가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황진우 팀장은 “포맷수출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창의성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 지역ㆍ인종ㆍ문화를 초월한 보편성, 시즌을 거듭해도 변치않는 반복성, 국가별 시장환경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규모성을 갖춰야 한다”는 말로 ‘꽃할배’의 수출 성과를 꼽았다. 특히 “진정성을 반영한 포맷이었기에 최고의 상품성을 지녔다”고 봤다. 나영석 PD 역시 “‘꽃보다 할배’가 지닌 보편적인 코드가 있다. 젊은 짐꾼이 어르신을 모시는 건 동양의 독특한 문화인 것 같지만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 어르신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노년의 버킷리스트 같은 모습은 만국 공통의 감정”이라고 말했다.


▶ ‘런닝맨’의 중국 진출=중국과 공동제작의 형태로 포맷을 수출한 SBS ‘런닝맨’의 경우 이미 아시아의 대세 예능으로 떠오르며 높은 인기를 모아왔다. ‘런닝맨’ 중국판 제작설이 떠돌 당시 중국의 한 대형 포털사이트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색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국판 런닝맨 제작에 찬성하느냐”는 설문이었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반대에 표를 던진 결과가 나왔다. 설문자들은그 이유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의 캐릭터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런닝맨’은 지난 5년간 국내 방송의 노하우를 총집결한 제작과정이 담긴 두 권의 바이블로 만들어져 조효진 PD와 함께 중국으로 향했다. 게임 버라이어티라고 할 만큼 매회 다채로운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독창성에 시즌제로 만들어져도 지속 가능한 특성이 더해지니, 캐릭터 의존도는 낮아졌다. “‘런닝맨’ 제작진의 노하우가 응집된 ‘바이블’은 하나의 저작권이 돼 전 세계 어디서든 지역화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게 됐다”는 게 김일중 차장의 설명이다. 


▶ ‘무한도전’ㆍ‘정글의 법칙’은 왜?=‘국민예능’ MBC ‘무한도전’은 9년 장수 프로그램으로 국내 안방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음에도 포맷 수출이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포맷이 없는데 포맷 수출이 가능하겠냐”며 “‘무한도전’은 정해진 형식이 없고 캐릭터의 힘이 워낙에 강한 프로그램이라 콘텐츠의 체계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캐릭터 의존도가 높은 것은 ‘런닝맨’과 비슷한 딜레마였으나, ‘무한도전’은 신선한 기획과는 무관하게도 무형식의 약점이 더해져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이 미미하다.

SBS ‘정글의 법칙’은 프로그램의 핵심가치와 불변요소(‘정글에서의 생존’)는 갖췄으나,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은 상이했다. 김일중 SBS 차장은 “유명스타들이 정글에서 생존을 한다고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출연료는 얼마나 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국의 출연자들 말고는 불가능한 프로그램 아니냐. 효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화가 쉽지않다는 점은 포맷시장에선 쥐약인 셈이다.


김 차장은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에 대해 “포맷 수출의 형태에는 룰이나 컨셉을 파는 것(히든싱어), 제작기술을 팔아 권리를 쉐어하는 것(런닝맨)과 함께 브랜드를 파는 형태가 있다”며 “최근 중국으로 수출된 ‘웃찾사(SBS)’처럼 아예 브랜드를 파는 수출의 형태는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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