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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시장, 달러 위협 직면했다 <FT>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역(逆) 캐리트레이드’가 신흥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1971년 브레트우즈 체제 붕괴 이후 최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달러 강세 영향으로 신흥국에 유입됐던 달러 캐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국가에서 자금을 빌려 이를 환전한 후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거래를 말한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저금리 통화인 달러를 빌려 고수익의 신흥국 채권 등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Fed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 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손길이 바빠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신흥시장이 달러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투자자들은 외환시장에서의 손실이 금리 차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넘어선다면 발빠르게 철수할 것”이라며 “캐리자금 청산을 시작하면 신흥국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달러에 신흥국 통화 폭락=올들어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위상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월 둘째주까지 10주 연속 랠리를 이어갔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1973년 도입된 달러인덱스의 최장기 랠리 기록은 9주라며 사실상 최장기 랠리 기록이라고 전했다. JP모간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11년 만에 달러대비 최저점을 기록했다.

강달러는 신흥국 통화가치를 줄줄이 떨어뜨렸다. 지난 두달 새 러시아 루블화는 11.1%, 브라질 헤알 9.1%, 터키 리라 8.3%,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6.9% 각각 평가절하됐다. 이밖에 헝가리(6.7%)와 폴란드(6.4%), 인도네시아(4.9%), 말레이시아(3.2%) 통화도 각각 하락했다.

FT는 캐리트레이드를 무력화시키는 역풍의 원인으로 ▷미국 경제 회복 ▷달러매력 상승 ▷Fed의 10월 양적완화 종료 전망, 곧 돈줄 죄기를 꼽았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가 양적완화 등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을 표방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강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씨티은행의 루이스 코스타 환전략가는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결국 균열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은 유동성으로 넘쳐났고 저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됐지만 이제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씨티은행이 캐리 자금의 철수에 따른 국가별 취약성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 통화 셰켈과 체코 통화 코로나에 투자한 사람들이 손실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시장 직격탄=글로벌 투자금의 신흥시장 엑소더스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채권금리를 따르는 JP모간 GBI-EM지수는 지난 26일 올 최고점에서 6% 하락했다. 평균 수익률은 6.69%로 지난 7월 연저점인 6.45%보다 올랐다. 채권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신흥국 채권 발행도 줄었다. 신흥시장의 월평균 채권발행액은 220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월평균 620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FT는 “캐리트레이드 자금 유입에 의존해 온 일부 신흥국 경제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며 “캐리자금이 신흥국의 저금리를 유지시켰을 뿐아니라, 경상수지 적자를 상쇄하고,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의 현금 유동성 풍부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추이

실제로 신흥시장 채권에 투자된 해외자금은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인도네시아와 멕시코 경제규모를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2007~2012년 사이 8%에서 17%로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캐리자금의 변동성에 취약한 국가로는 말레이시아가 지목됐다. 말레이시아 국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이는 폴란드, 헝가리, 멕시코, 인도네시아의 35%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낙관론도 나온다. 투자관리회사 블랙락의 제라도 로드리게스는 “신흥시장의 금융조건 경색은 자산가치로서의 신흥국 채권의 회복력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무질서한 캐리트레이드 철수는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메리카메릴린치은행의 데이비드 하우너 전략가는 “캐리트레이드가 영원히 끝난 것은 아니다”며 다만 “긴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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