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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박인호> 농촌의 집단텃세 ‘村피아’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관피아(관료+마피아), 철피아(철도+마피아) 등 우리사회의 적폐를 꼬집은 신조어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다. 도시를 내려놓고 무위의 자연으로 들어왔으니 온전한 전원생활만이 나를 반길 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시골에는 얼핏 보기에는 없는 듯하지만, 사실은 방탄유리처럼 견고한 ‘村피아(시골+마피아)’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강원도 홍천에 들어온 지 벌써 5년째. 이 기간 비록 반쪽 농부지만 이젠 농사도, 시골행정도 꽤 경험했고, 그래서 돌아가는 지역사정 또한 제법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게 있으니, 바로 村피아의 존재다.

村피아는 어떤 조직이 아닌 군 단위 농촌지역이 그 기반이다. 이들은 평소 자기들끼리 파벌을 형성해 이권과 자리다툼을 벌이다가도, 외부 또는 도시에서 들어온 외지인(귀농·귀촌인)이 자기들의 위치를 위협한다고 느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하나가 되어 자신들의 성곽을 굳건히 지킨다. 마을주민의 텃세 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지역텃세이자 집단텃세로 괴물화한 모습이 바로 村피아의 실체다.

필자가 사는 홍천군(1읍ㆍ9면)은 전국 시ㆍ군 가운데 가장 면적(1819㎢)이 넓지만 인구는 7만554명(8월말 기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각종 선거와 정치행태, 단체 및 모임 활동 등을 지켜보면 도시에서의 이전투구가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가 대표적인 사례. 당시 필자가 사는 면을 포함해 이웃한 4개면에서 2명의 군의원을 뽑았다. 그런데 면마다 출신 군의원 만들기에 열을 올리면서 선거가 끝난 뒤 소지역주의의 골만 깊게 패였다.

지역관료조직 또한 홍천의 대표적인 양대 고교 출신들이 벌이는 파벌 간 힘겨루기로 인해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농촌 특유의 토착 성씨 간 세력 겨룸도 빠지지 않는다.

村피아는 자기들끼리 놓고 다투는 이권과 자리에 외부인 또는 외지인이 끼어들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생색만 낼 뿐이다.

홍천군은 최근 각종 귀농ㆍ귀촌사업을 심의·의결하는 귀농귀촌위원회의 위원 9명을 위촉했다. 당연직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 중 실제로 귀농ㆍ귀촌한 이는 단 2명뿐이다. 또 다른 2명은 아예 각종 위원회 등에 문어발식으로 여러 감투만 쓰고 있는 소위 ‘-장님’이다. 도시민을 유치한다면서 안에 있는 그들만의 시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폐쇄적이고, 자기방어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직접 살고 있는 홍천을 실례로 들었지만, 이런 村피아의 폐단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지역도 매한가지다.

村피아의 그늘을 빨리 걷어내지 않으면 밖으로는 개방화, 안으로는 공동화ㆍ고령화로 위기에 처한 농촌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村피아의 척결 또한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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