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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가 무서운 새누리당 의원의 고백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조금이라도 보수적으로 보였다간 마녀사냥 당해요”

트위터가 무섭다는 어느 새누리당 의원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하는 말이다. 수도권 초선의원인 이 의원은 ‘동성연애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트윗을 올렸다가 3주 간 이름 모를 ‘아무개 연합’으로부터 비난 쪽지를 쓰나미처럼 맞아야 했다.

“건강한 비판은 받아들이겠는데 다짜고짜 ‘개누리 의원’이라고 욕설을 하면…”

말끝을 흐리는 그의 표정에선 ‘다신 민감한 얘길 트윗에 올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묻어난다. 현재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의원실에서 기자들에게 돌린 보도자료만 간간히 링크돼 있을 뿐이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해소할 하나의 기회로 거론됐다. 온라인상에서 정치인과 다양한 유권자의 접촉면이 넓어져 의사소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하지만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트위터를 통한 젊은 세대의 투표참여 독려운동이 실제 투표율 상승에 일조한 이래로 SNS에서 촉발된 네거티브 이슈는 단숨에 정책 이슈를 집어삼켰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나경원 피부과’ 파문이,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선 정몽준 전 의원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이 인터넷과 SNS을 강타했고 두 후보 모두 당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 참석한 여성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고 있다”는 글을 SNS 계정에 링크했던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경찰 조사를 받은 것도 모자라 영영 페이스북과 이별을 고한 상태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는 19대 국회의원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보다 SNS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자체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트위터 보다는 페이스북을,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ㆍ통진당의 경우엔 트위터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무렵부터 우리나라 진보 오피니언의 광장이 된 트위터는 야권 지지자가 많이 이용해 여당 의원들이 트윗 계정을 기피하는 반면 이들은 ‘친구 맺기’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페이스북 시스템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트윗수 평균 새누리 950건, 새정치 2586건 =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의원은 76%(228명)인 데 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하는 의원은 95.7%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트위터 이용률이 95.4%로 새누리당(60.8%) 보다 35% 포인트를 웃돈다. 대신 새누리당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를 더 애용했다.

트위터 이용률 뿐 아니라 평균 게시글 수도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 보다 많다. 트위터 계정에 게시된 트윗 수는 새정치연합이 평균 2566건으로 새누리당(평균 950건)의 2.7배에 이른다. 아울러 트위터에 1000건 이상의 글을 게재한 의원 비율도 새누리당은 27.8%에 그쳤지만 새정치연합은 52.3%인 것으로 나타났다.

300명의 19대 국회의원을 통틀어 트윗수 최상위 랭킹에는 3명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최재천 최민희 박지원)이 꼽힌 반면 새누리당에선 전하진ㆍ이노근 의원이 엎치락 뒤치락 하며 턱걸이로 순위 안에 들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트위터 계정이 없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트위터는 드넓은 광장에 내던져진 기분이라면 페이스북은 아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 보단 아무래도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면이 있기 때문에 트위터 보다는 친구로 맺어진 페이스북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나 할까. 이와 함께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트위터보다 페이스북이 뒤늦게 한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SNS 계정만들기’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새누리당이 페이스북을 애용하게 된 측면도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좀 한다는 의원들의 ‘SNS 생활백서’ = 트위터 게시글 1만 건ㆍ팔로워 10만 이상 또는 페이스북 1일 게시글 수 3건 이상의 의원들의 SNS 계정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실시간 의정 보고’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당 회의에 참석하거나 지역 축제, 토론회 등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관련 사진과 게시글을 하루에도 대여섯 건씩 SNS계정에 올린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의정 활동 홍보’의 주요 창구인 셈이다. 새누리당 SNS소통본부장인 전하진 의원은 “국민들께 수시로 의정을 보고한다는 생각으로 그날 있었던 모든 행사는 계정에 글과 사진을 게시한다”고 했다.

한편 민감한 정치현안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하는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SNS상에 게재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소위 ‘인터넷 좀 한다’는 의원들이 SNS를 보는 시각엔 여야가 없다. 이들이 꼽은 ‘SNS 생활백서’로는 △지역구 주민과 함께한 이벤트는 꼭 사진을 게시한다 △찬반 논란이 거센 민감한 소재에 대해선 글을 삼간다 △글이 길어 ‘더보기’를 클릭하지 않도록 본문은 4줄 이내로 명료하게 쓴다 △사진 중심으로 편집, 핵심 내용을 글 도입부에 둔다 △본인이 직접 계정을 관리한다 △게시글의 댓글 또는 리트윗 수를 꼭 확인한다 등을 꼽았다.

▶10만 대군 무섭지 않은 ‘10만 팔로워’ =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라면 취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늘상 체크하는 게 있다. ‘10만 팔로워’를 이끄는 의원들의 SNS계정이다. 평균 500건이 넘는 리트윗 수 또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든 페이스북 ‘좋아요’는 10만 대군이 열 부럽지 않은 정치인의 막강한 파워(Power)가 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의원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63만 팔로워’를 가진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의 새로운 트윗은 늘 기사가 된다. 지난해 ‘NLL 포기 발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요동치는 ‘대화록 정국’ 속에서 문 의원은 꾸준히 트위터 글을 통해 자신의 뜻과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가기록원 것(대화록)을 열람해서 검증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 수호 의지가 확실했다”, 이후 최근엔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 “반대쪽도 합리적 보수라면 함께 할 수 있다” 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같은 트윗은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4월에는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과 새정치연합의 정청래 의원 간 SNS 설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기도 했다. 잇달아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정 의원이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게시글을 SNS에 올렸고, 김 의원은 정 의원의 사진과 함께 “너의 조국으로 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너의 안식처 감방에 보내주마”라고 맞대응했다. 이들의 SNS 설전을 다룬 기사에는 무려 1만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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