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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바꿀 역(易)과 쉬울 이(易)는 왜 같은 글자일까?
권대봉 고려대 교수



지난 24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외국공무원들과 “공무원은 공복(公僕)인가 관리(官吏)인가”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외교의 4대 파트너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페루,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레이트,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고급 공무원들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질문을 가지고 토론을 이끌었다.

첫째, 공무원은 관리(government official)인가? 공복(public servant)인가?

관리(government official)는 국민을 다스리려(govern)하고, 공복(public servant)은 섬기려(serve)한다. 공무원 스스로가 관리라고 인식하면 국민을 다스리려하지만, 공복이라고 인식하면 국민을 섬기려하기 때문에 이 질문을 했다.


그들은 대부분 관리로 자리매김한다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관리일 수도 있고 공복일 수도 있다고 답하는 이들도 있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는 국민에게는 공복으로 대하고, 다스림을 받아야 할 국민에게는 관리로 대한다는 논리이다. 합리적이다.

둘째, 바꾸는 것은 어려운 것인가 쉬운 것인가?

자신이 국민을 다스리는 관리라고 인식하는 공무원이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복으로 스스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질문을 던졌다. 선진국 공무원들이나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이 모두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고 답했다.

관리(官吏)란 단어는 왕조시대의 유물이고 공복(公僕)은 민주시대의 산물이다. 왕조시대의 젊은이들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꿈을 안고 과거시험 준비를 했다. 어려운 과거에 급제해야 관리가 될 수 있었다. 어렵게 관리가 된 공무원이 국민을 다스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민주시민사회의 시대정신은 국민을 다스리는 공무원보다는 국민을 섬기는 공무원을 원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복(公僕)이다. 절대왕권사회가 민주시민사회로 바뀌었지만 공무원을 선발하는 방식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과거에서 고시로 이름만 바뀌었다.

공무원의 의식을 관리에서 공복으로 타의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들이 의식을 바꾸면 국민이 행복해진다. 그들이 스스로 공복의식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인사제도가 필요한 때이다.

셋째, 바꿀 역(易)과 쉬울 이(易)는 의미가 다른데, 왜 같은 글자를 사용할까?

공무원이 보민보국(保民保國)의 책무를 다하려면 관리의 자세뿐만 아니라 공복의 자세도 필요하다. 공무원이 관리라는 의식에서 공복이라는 의식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질문을 했다.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음이 분명한데, 왜 바꿀 역(易)과 쉬울 이(易)라는 동자이의어(同字異議語)를 만들어 사용했을까? 고대사회에서조차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일 것이라는 토론이 전개됐다. “바꾸는 것은 쉽다”라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의도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관리로 인식하는 공무원을 공복으로 인식하도록 바꾸기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공무원을 교육하는 기관의 명칭을 시대정신에 맞게 바꾸는 현상이다.

한국의 중앙공무원교육원 영어명칭은 아직 “Central Officials Training Institute”이지만, 영국은 “School of Government”에서 “Civil Service College”로 바꾸었다. 공무원교육과정을 다스리는(govern) 역량교육에서 섬기는(serve) 역량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상징이다.

국민을 섬기는 역량을 배양한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다스림을 받아야 할 행동을 한 국민을 섬길 수는 없다. 국민이 섬김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다스리려는 공무원이 섬기려는 공무원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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