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미나 부라나’는 중세 유랑 탁발승이나 음유시인들이 도덕, 사랑, 유희, 외설 등을 노래한 세속시가집에서 비롯됐다.
이 시가집은 1803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베네딕트 보이렌 수도원에서 발견된 ‘보이렌 수도원의 노래’ 전체 250곡 중 25개 가사를 칼 오르프가 발췌해 3부작의 칸타타(성악곡)로 만들었다. 음악ㆍ극ㆍ무용이 삼위일체를 이뤄야하는 대작이다.
서곡 2곡에서는 세상을 지배하는 운명의 여신을 주제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앞에 몰락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부 ‘봄의 노래’(3~10곡)에서는 다시 돌아온 봄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2부 ‘주막에서’(11~14곡)와 3부 ‘사랑 이야기’(15~24곡)에서는 당시 사회의 모습에 대한 타락한 수도원장 등 지도층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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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에 더해 육체적 욕망과 쾌락을 옹호하며 중세시대의 도덕률에 의해 표출되지 못하고 억압됐던 당시 기층민의 세속적 욕망을 그대로 표출했다. 마지막 25곡에서는 서곡 제1곡이 반복된다.
서곡 제1곡 ‘운명의 여신이여’는 존 부어맨 감독의 영화 ‘엑스칼리버’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CF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익숙한 곡이다.
‘까르미나 부라나’는 193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명 지휘자 오이겐 요훔에 의해 초연된 현대음악이다. 초연 이후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주제선율을 복잡하게 전개시키지 않는 반복적 구성, 단선율적 취급에 의한 간결하고 명쾌한 화성, 오르프의 특기인 두드러진 리듬감 등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곡이 남녀 혼성 합창곡으로 구성되며, 세상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위대함을 장엄하게 표현해 관객들에 감동을 안겨준다.
이번 공연은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관현악을 맡는다. 소프라노 박현주, 테너 신동원, 바리톤 김동섭 등 국내 정상의 성악가들이 독창을 한다. 국립합창단, 광주시립합창단,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총 200여명의 출연진이 화려하고 웅장한 합창음악의 극치를 보여준다.
구천 국립합창단 신임 예술감독은 국립합창단의 단원과 부지휘자로 20년간 재임했다. 전주, 광주, 울산시립합창단의 예술감독과 한국합창지휘자협회, 한국합창총연합회의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7월부터 국립합창단의 제9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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