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이슈]‘숨막히는 테크워’, 페이스북 저커버그 ‘하드웨어 파워’ 장착하다
[특별취재팀=성연진ㆍ윤현종ㆍ민상식] 모바일메신저 1위 왓츠앱은 지난 2월 190억 달러에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페이스북이 인수를 시도한 이스라엘 소셜지도앱 웨이즈(waze)는 구글로 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군침을 흘리던 블로그 텀블러는 야후 품에 안겼고, MSㆍ구글ㆍ페이스북이 일제히 러브콜을 보내던 스냅챗은 최근 알리바바마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늘날 테크 부호들의 성공과 실패는 이처럼 웹상에서 하나로 연결된 사용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플랫폼 아래에서 하느냐가 좌우한다. IT 거물들이 로봇이나 무인자동차, 홈 자동화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도 훗날 다가올 만물인터넷 세상에서미리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국내 빌리어네어 IT 부호 가운데 자수성가형은 김정주 넥슨대표(17억 달러, 포브스 기준), 이해진 네이버 의장(13억 달러),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10억 달러) 등 3명으로 압축된다. 네이버가 연내 해외 상장을 미루긴 했지만, 일본 언론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미국과 일본 증시 상장시 기업 가치가 10조 원 이상 될 것이라 평가한 바 있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오는 10월1일 출범하면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는 720억원을 투자한 중국의 텐센트다. 업계에선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알리바바가 한국의 인터넷 게임 사업에 투자할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내년엔 구글이 스타트업 기업을 키우기 위한 ‘구글 캠퍼스 서울’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세운다. 영국 IBM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게리 라일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물 인터넷에는 통신망, 기기, 서비스가 모두 필요해 열린 파트너십과 열린 혁신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했다. 한국은 얼마나 새로운 것에 대해 열려있는 지, 구글ㆍ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플랫폼 전쟁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 저커버그와 인수기업

■저크버그, 포스트 모바일 시대 미래 플랫폼을 점유하라=“모바일은 현재의 플랫폼이고, 이제는 미래 플랫폼을 준비할 때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올 3월 가상현실 기기업체 오큘러스 VR(Oculus VR)을 인수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인수액은 4억 달러의 현금과 16억 달러 가치의 자사 주식 2310만주 등을 포함해 총 20억 달러였다. 인수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의 돈놀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페이스북은 2012년 9월 기업공개 당시 1040억 달러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현재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2026억7000만 달러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스코비치의 자산은 각각 337억 달러, 74억 달러다.

2014년 9월 기준, 페이스북이 지난 1년간 인수한 기업은 총 16개에 달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 보안 소프트웨어 등을 만드는 업체가 주를 이룬다. 그 중 오큘러스 VR은 유일하게 하드웨어적 성격을 지닌 기업이다. 지난 20일엔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화면이 장착된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공개한 바 있다. 인수 당시에는 아직 개발 중이었으나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 인재영입과 자금조달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큘러스 VR의 창업자 팔머 러키도 “(페이스북이) 약속한 지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이번 개발에 미친 페이스북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하드웨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페이스북의 새로운 시대를 모색하고 있다. 오큘러스 인수는 사실상 그 출발점이다. 저커버그는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폰에 이어 가상현실이 IT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비스 기업이 하드웨어 영역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하지만 저커버그가 그리고 있는 페이스북의 미래에 오큘러스는 꼭 필요한 존재인 셈이다.

테크 M&A 관계도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가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 뛰어들어 기어VR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기어VR은 갤럭시노트4와 연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다. 눈에 띄는 점은 오큘러스가 여기에도 협력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상현실 시장에서 오큘러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수록 페이스북이 하드웨어 부문에도 시장지배력을 키워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기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오큘러스 인수에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월 190억 달러를 들여 모바일 메신저 앱 ‘왓츠앱(Whatsapp)’을 사들였다. 20억 달러는 페이스북 주식으로, 40억 달러는 현찰로 지급하고 추가로 왓츠앱 임직원들에게 30억 달러를 스톡옵션 형태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한 지 5년만에 되지 않았지만 왓츠앱은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권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다. 메시징 부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도 100억 달러를 제시하며 왓츠앱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저커버그는 래리 페이지보다 두 배 가까운 금액으로 왓츠앱을 사들였다. 최근, 미국의 젊은층은 페이스북을 떠나 왓츠앱이나 메시지 자동삭제 기능이 있는 스냅챗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저커버그가 거액을 들여 왓츠앱을 인수한 것도 이런 현실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 서비스만 해왔던 왓츠앱은 페이스북을 등에 업고 무료 음성통화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같은 서비스를 실시 중인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 등 국내 업체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4’에서 얀 쿰 CEO는 “한국만 빼고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왓츠앱을 깔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한국 기업들 간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암시하고 한마디다.

반면, 페이스북이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한 ‘콧대 높은’ 스타트업도 있다. 스냅챗은 페이스북, 구글, MS, 텐센트로부터 모두 러브콜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인수를 거부하면서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페이스북은 대신 스냅챗과 비슷한 기능의 슬링샷을 자체 개발했다. 또 소셜 지도 앱인 웨이즈 인수에도 나섰으나 이스라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웨이즈 직원들이 미국으로의 이전을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구글이 약 1억 달러에 웨이즈를 인수했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