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더 히스테릭스 “정말로 ‘멋있는’ LA메탈 맛 한 번 보실래요?”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헤비메탈하면 스타일과 멋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정점에는 팝적인 멜로디와 화려한 무대 매너를 앞세워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 서부 지역을 풍미한 LA메탈이 존재했다. 많은 이들이 다소 퇴폐적이면서 가벼웠던 흘러간 유행으로 치부하는 LA메탈은 실은 멤버들 간에 안정적인 합을 유지하지 못하면 연주조차 불가능한 음악이다. 너바나(Nirvana)의 득세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이 연주력 면에선 LA메탈 밴드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닐 터이다.

LA메탈은 1980년대 중후반 한국 헤비메탈 신의 태동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음악적 세례를 받은 이들 상당수는 이후 가요계에서 정상급 세션 혹은 가수로 성공했지만 로커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록이 이 땅의 음악시장에서 철저히 비주류였던 탓이다. 밴드 더 히스테릭스(The Hysterics)는 자칫 시대착오적으로 들릴 수 있는 LA메탈을 발전적인 사운드로 재현해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모던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가미한 록이 주류를 이룬 지금 시점에서 땀 냄새 풀풀나는 이들의 음악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미니앨범 ‘테이크 잇 슬리지(Take it Sleazy)’를 발매한 더 히스테릭스의 리더이자 보컬인 김세헌을 지난 16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세헌은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20여 전에 나를 매료시켰던 LA메탈 특유의 ‘빠다’ 느낌을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재현해보고 싶었다”며 “장비와 녹음 시설이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룬 만큼 세련된 사운드와 연주로 담아 낸 우리의 음악이 기존의 록 마니아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낯선 밴드의 이름과는 달리 멤버들의 경력과 면면은 매우 화려하다. 우선 김세헌은 밴드 엑스터시(Extasy)를 거쳐 걸(Girl)과 이브(Eve) 등의 밴드에 몸을 담으며 ‘아스피린’ ‘너 그럴 때면’ ‘아가페’ 등 숱한 히트곡을 남긴 익숙한 얼굴이다. 정유화(기타)는 내귀에도청장치와 이브, 닉(기타)은 노바(NOVA)와 바닐라 유니티(Vanilla Unity), 이창현(베이스)는 더더밴드, 조명찬(드럼)은 밴드 지하드의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김세헌은 “이브 시절에도 앨범에는 원하는 음악을 담을 수 없어서 라이브 무대에서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바크 앳 더 문(Bark At The Moon)’ 같은 곡을 연주하는 등 갈증을 풀곤 했었다”며 “히트곡을 꽤 남겼지만 내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팔리느냐 팔리지 않으냐 따위를 고민하지 말고 차라리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을 원 없이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앨범에는 마음속의 달리고 싶은 욕구를 경쾌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와 보컬로 표현한 ‘부스트 파워(Boost Power)’를 비롯해 밤새 술을 마시며 여인을 유혹하는 남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샴페인 앤드 위스키(Champaigne&Whiskey)’, 한탕을 노린 도박사의 이야기 ‘팰컨 킥(Falcon Kick)’, 김세헌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유려한 멜로디로 담아낸 ‘투나잇(Tonight)’ 등 6곡이 실려있다. 더 히스테릭스는 LA메탈의 감성을 유지하되 장르 특유의 과시적인 연주와 보컬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변화구를 던졌다. 걸과 이브 시절에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줬던 김세헌은 동일인임을 의심케하는 강렬한 ‘마초’ 보컬로 연주를 이끈다. 여기에 래트(Ratt), 머틀리 크루(Motley Crue) 등 전설적인 LA메탈 밴드들의 앨범을 작업한 엔지니어 데이비드 도널리(David Donnely)가 마스터링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김세헌은 “록밴드가 아무리 대중적으로 관심을 모으겠다는 의도로 ‘뽕필’을 담아 음악을 만들어도 음반 시장이 죽은 지금 시점에선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발라드 없이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음악과 목소리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표면적으로만 영어이고 내용은 가요와 다름없는 가사에서 벗어나 내용까지 LA메탈의 정서를 담은 가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며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처음 이 앨범을 들은 뒤 당연히 미국의 밴드라고 여겼다는 후문을 듣고 적잖이 기뻤다”고 덧붙였다.


김세헌의 티셔츠에는 핀란드 출신의 전설적인 LA메탈 밴드 하노이 락스(Hanoi Rocks)가 그려져 있었다. 하노이 락스는 음악 시장의 변방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록계의 한복판인 미국 시장에 진출해 수많은 밴드들에게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밴드이다. 김세헌은 하노이 락스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세헌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를 필두로 한 70년대 펑크 록이 90년대에 네오 펑크로 변신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80년대 메탈을 콘셉트로 결성된 미국의 스틸 팬더(Steel Panther)와 블랙 베일 브라이즈(Black Veil Brides) 같은 밴드도 현지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철저히 인디로 돌아가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영원한 유행이 없듯이 분명히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더 히스테릭스는 오는 10월 2일 밴드 피해의식과 함께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 10월 11일에는 ‘2014 대한민국라이브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밖에도 ‘락좀볼래’ ‘스틸 크레이지’ ‘유니언 메탈’ 등 다양한 무대에서 밴드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김세헌은 “욕심 없이 정말 멋있게 음악을 하자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라이브를 들려주고 싶다”며 “큰 무대 외에도 작은 클럽에서도 우리의 라이브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