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신수정 기자]바로 눈앞에서 건장한 말들이 파워풀하게 전력 질주하는 모습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말들은 재갈이나 안장을 거의 착용하지 않고 라이더(기수)와 함께 자유로이 뛰어다녔다. 말들의 움직임에는 공중 곡예사들의 아찔한 묘기와 무용수들의 춤, 감미로운 라이브 음악이 더해졌다.

지난 24일 싱가포르의 명소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인근에 설치된 하얀 텐트 공연장 2000석은 아트 서커스 ‘카빌리아’를 보러온 관객들로 가득찼다.

카빌리아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의 공동 설립자인 노만 라투렐이 만든 작품이다. 말 50마리와 46명의 라이더, 공중 곡예사, 무용수 등이 출연한다.

유명 앵커 래리 킹은 “지금까지 본 최고의 공연”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이후 전세계 52개 도시에서 공연했으며, 오는 11월 내한 공연한다. ‘카빌리아’에 등장하는 말들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발을 직각으로 세웠다 내리며 걷기도 하고,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발을 흔들며 애교를 떨기도 한다. 무엇보다 말들이 윤기나는 털을 휘날리며 빠른 속도로 무대에서 달리는 모습이 박진감(迫進感) 넘친다. 라이더들이 두 마리 말 위에 각각 한발씩 올리고 무대를 빠르게 질주하거나<사진>, 달리는 말 위에 올라타고, 달리는 말 위에서 춤을 추거나 점프를 하는 장면 등도 볼거리다. 말 여섯마리가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춰 나란히 달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공연의 말미에는 무대 바닥에 물이 채워지고, 말들이 첨벙첨벙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 위를 달리는 역동적인 장면도 연출된다. 무대 위 60ｍ에 달하는 와이드스크린에 펼쳐지는 사막, 숲, 콜로세움 등 다양한 배경과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첼로, 기타, 퍼커션 등으로 구성된 6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준다.


공연을 관람한 도린 옹은 “말들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안무도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말들은 라이더가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고, ‘업(up)’이라고 말하면 앉아있다가 일어서기도 한다. 말들은 무대 위에서 특정 음악이 나오면 정해진 동작을 해야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음악이 빨라지면 말들이 달리는 속도 역시 빨라진다. 라이더들은 공연 중 말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동작은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무대에 오르는 말은 11개 종이며 출신지는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으로 다양하다. 가장 어린 말은 6살, 가장 나이가 많은 말은 20살이다. 말 50마리 모두 수놈이다. 암놈이 한마리라도 있으면 수놈들끼리 서로 싸우기 때문이다. 이 말들은 싱가포르 공연이 끝난 뒤 화물기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다. 오는 11월 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잠실종합경기장 내에 설치되는 화이트빅탑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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