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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1호 ‘금융ㆍ통신’ 비지니스 모델 사라지나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금융과 통신의 성공적인 융합으로 카드산업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개척하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2010년 2월 이강태 당시 하나카드 사장은 사명을 하나SK카드로 변경하고 SK텔레콤과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시켰다. 그는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내세워 모바일 카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면서 SKT의 지분매각설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 SKT가 지분 철수를 단행할 경우 대한민국 첫 금융ㆍ통신의 융합 비지니스 모델이 4년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는 각각 지난 2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합병을 공식 의결했다. 이번 의결로 빠르면 연내 자산 6조원, 시장점유율 8%의 중위권 카드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SKT는 하나SK카드의 지분 4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하지만 외환카드와 통합 시 SKT의 지분율은 25%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당초 SKT가 내세웠던 금융ㆍ통신 융합사업의 정체성도 희석되고 시너지 창출도 어려운 구조가 된다.

무엇보다 경영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 지분율 33%에 미치지 못해 SKT의 경영권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그렇다고 SKT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증자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SKT가 단계적으로 지분 정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제기됐다.

하나금융과 SKT는 하나SK카드 출범 당시 SKT 회원 수천만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카드 시장을 공략하면 가공할만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유심(USIMㆍ범용가입자식별모듈)형 모바일 카드를 개발하며 시장 선점에 의욕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설치하기 편리한 앱형 모바일 카드가 유심형을 압도했고, SKT 가입자가 카드 회원으로 수평 이동되는 비율도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SKT는 단말기 할부채권을 사들여 유동화하는 팩토링 사업을 하나SK카드에 넘기기도 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2012년부터 전격 중단되면서 된서리를 맞아야 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SKT로선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이 ‘불편한 동거’를 종료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며 “SKT가 차츰 지분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퉈 금융업 진출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는 다음달 중으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승인과 정관변경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카드통합 시너지 창출의 핵심인 IT 시스템 통합은 내년 7월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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