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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처리 시설 안전성 신뢰”…주민들이 ‘러브콜’
사용후 핵처리…핀란드는 어떻게 하나
30년동안 준비 올킬루오토섬 선정
지하암반 400m터널에 처분장 건설
세수 확대·지역민 고용창출 ‘만족’

[핀란드 에우라요키=허연회 기자] ‘사용후(後) 핵(核) 연료’, 쉽게 말해 원자력 발전소의 ‘쓰레기’다. 그냥 놔두면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를 지하 수백m의 터널을 뚫고 영구 처분한다. 처분장을 만들 때는 10만년 이상 지하에 저장해도 문제가 없는 ‘안정성’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는 경수로(PWR) 19기, 중수로(PHWR) 4기 등 모두 23기(基)가 있다. 이들 원전에서 한 해 750t가량의 사용후 핵연료가 나온다.

현재 이 쓰레기들은 임시 창고에 저장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임시 시설은 2016년이면 꽉 찬다. 불과 2년 뒤면 더 이상 핵 쓰레기를 처리할 장소가 없는데, 사용후 핵 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질조사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동의, 건설 과정 등을 거쳐 완공까지 몇 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02년부터 위험성 높은 고(高)준위 핵 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공모하고 있지만 어느 도시도 선뜻 나서지 않아 답보 상태다.

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 섬에 건설 중인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 연구시설인‘ 온칼로’의 내부 모습.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올 연말까지 ‘공론화’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순탄치 않다. 최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약 240km 떨어져 있는 에우라요키를 방문했다. 핀란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핵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 1983년부터 지질조사와 주민 수용성 등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최종 후보지로 에우라요키를 선정했다. 핀란드는 무려 30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에우라요키(Eurajoki) 인근 올킬루오토(Olkiluoto) 섬의 안정적인 암반층에 ‘온칼로’라는 사용 후 핵연료 최종 처분 연구시설을 건립 중이다. 지하 암반에 400m 이상 깊이로 터널을 뚫어 그 속에 만든 연구시설에서 각종 실험을 진행한 뒤 처분장을 최종 건설할 계획이다.

우리에게 부러운 것은 에우라요키 주민들의 적극성이다. 당연히 반대도 있었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주민들이 수용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에 거부권이 있었으나 사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들은 물론 시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처리장을 유치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다.

반대여론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낮아졌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장을 설치해도 주민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자체가 사용후 핵연료 처리장을 유치했다고 해서 엄청난 경제적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처분장에서 나오는 법인세와 전체 주민 6000명인 에우라요키 주민의 30% 정도가 일하게 되는 고용창출효과가 전부다.

기자들이 “어떤 경제적 보상이나 혜택이 있느냐”고 묻자 원전 및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규제를 담당하는 핀란드 고용경제부나 방사선 및 원자력안전 규제기관인 ‘STUK’의 관료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만 그런 질문을 한다”고 의아해했다.

에우라요키 시의회 의장인 베사 얄로넨 씨는 “현재 에우라요키 총 예산이 5000만유로 정도 되는데 이 중 3분의 1가량이 원전 관련 시설에서 거둬들이는 부동산세”라며 “핀란드 도시 중 세금과 관련돼 가장 부유한 도시가 에우라요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하리 히티오 에우라요키 시장은 “국가를 위해 핵폐기물을 처리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고생인 에씨 헤이노넨 양은 “최종처분 시설에 대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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