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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퓨어킴, 그녀가 서른을 기대하는 이유
2014년의 달력의 페이지가 앞으로 세 장 남았다. 세 장을 넘기는 순간, 2015년이다. 그녀는 새해가 밝으면 서른이 된다. 물론, 현재는 스물아홉. 다른 누군가는 조급해하기도 하고, 또 20대가 끝난다고 울상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퓨어킴은 아니다.

'알아서 시작되는 모든 일상과 내 몸이 기억하는 모든 일과'를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에겐 그저 '어디선가 얌전하게 이자가 많이' 쌓이는 순간들이다.

달력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숫자가 커질수록 이자도 많이 쌓이는데, 당연히 서른을 기다릴 수밖에.


◆ 20대의 대미, 사랑부터 삶까지

퓨어킴은 9월, 미니음반 '퓨리파이어(Purifier)'를 발표했다. 타이틀은 퓨어킴이라는 인상적인 이름에서 파생된 단어임과 동시에 '정화(淨化)'를 뜻한다.

# '퓨리파이어', 소개를 부탁해

"6곡으로 구성된 미니음반이야.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라고 하면 스물아홉, 내년이면 나도 서른! 20대를 관통하면서 인생의 키워드 같은 것들을 정리해봤어. 중요하게 여긴 테마 여섯 가지가 모여있지. 6번 트랙은 지난 음반의 '마녀마쉬'이고, 1번부터 5번까지는 새롭게 작업한 곡들이야"

# 준비 기간은 길었어?

"'마녀마쉬' 활동을 마치고 한동안 쉬는 동안 새 음반 작업을 했어. 전체적인 준비는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 과거 혼자 음반을 만들 때도 한 달 동안 뮤직비디오까지 완성했어. 그만큼 음악 작업은 빨리하는 편이지. 예전엔 주제를 정한 뒤에 홀로 자유롭게 풀어내는 형식이었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수정을 거쳤어"

퓨어킴은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협업을 시도했다. 프로듀싱팀 TEAM89의 윤종신과 정석원이 프로듀서로 참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 이제껏 혼자서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도 써왔던 퓨어킴에게 다른 아티스트와 의기투합해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은 색다른 경험이었고, 특별한 도전이기도 했다.

# 퓨어킴에게 협업이 쉽지만은 않았겠는데?

"아무래도 협업이다 보니, 상대방이 나를 보는 이미지라는 것이 있는데, '마녀마쉬'를 만들 때만 해도 퓨어킴에 대해 어두운 분위기를 떠올리셨더라고. 하지만 실제는 나는 그렇지 않거든. 그래서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어. 실제의 나? 밝고 엉뚱한 사람이야. 그래서 이번 음반의 느낌은 지난 음반과는 바뀌었지. 밝아졌다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어"

# 협업으로 얻은 게 있다면?

"작업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난 원래 리듬부터 찍는 스타일이 아닌데 모두와 작업을 하다 보니까 다들 리듬을 중요시하더라고. 그런 부분부터 다르다고 느꼈어. 그래야만 대중 친화적일 수 있다는 걸 알았지. 또 작사와 작곡, 진행을 모두 혼자 할 때는 느끼지 못 했던 녹음에 여러 가지 과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됐어"


# 타이틀곡은 왜 '은행'이야?

"노래를 만들면서 타이틀곡을 목적에 두고 작업을 한 건 아니야. 전곡을 듣고 판단하자는 주의니까. 최종 선택은 윤종신 선배님의 몫!"

# 은행의 뜻은?

"이번 음반이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를 정했다고 했잖아. 은행 역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래 가사에 녹아있어. 이자가 불어나면서 편안한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 그게 은행이잖아?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데서 출발했지"

# 결과는 만족해?

"혼자서 작업했던 시기부터 지금도 물론, 끝난 뒤 가치 판단을 내리는 성격은 아니야. 나라는 사람이 가장 만족하는 건 시작을 하고 마무리 지은 것에 대한 것뿐이지. 판단은 공통된 질문 중 하나인데, 내 대답은 작업하는 동안 즐거웠다는 거야(웃음)"


◆ 서른을 기다리다

퓨어킴은 이번 음반에서 자신이 여성으로서 20대를 지나오며 느꼈던 소소하면서도 진심 어린 감정들을 풀어놨다.

# 인생의 키워드, 가사는 쉽게 써졌어?

"거침 없이 썼어. 애초에 가사에 대해서는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네 마음대로 해라'였거든. 감사하게도, 그래서 작사는 정말 내 마음대로 했어"

# 20대의 키워드, 선정 기준은?

"우선 타이틀 넘버 '은행'은 실제 은행에 돈을 저금하듯 하루하루를 충실히 산다면 이자처럼 정성이 쌓이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 최근 깨닫게 된 건데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잖아?"

# 그럼 다른 키워드도 설명해줘

"첫 번째 트랙 '나는 니가 죽는 것도 보고 싶어'는 열광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야. 20대에 사랑이 빠질 수 없잖아. 세 번째 트랙 '범인은 너'는 작은 것이 엄청나게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뭐 디테일의 위대함이라고 할까? 네 번째 트랙 '그 말은 결국'은 상대적인 우월감은 헛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았어.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은 문제일 것 같아. 다섯 번째 트랙 '오늘의 뉴스'는 인지부조화, 합리화에 관한 거야. 사실 우리는 잘 모르면서 합리화하고 인지부조화를 이루는데, 남일이라 가만히 보는 그런 것 있지. 그런 것에 대해 상기시키는 노래야"

# 단순 20대의 키워드라고 하기엔 주제가 좀 무겁기도 해.

"이번 곡들의 가사는 운 좋게 어렵지 않게 풀렸어. 가사는 테마를 잡고 그걸로 끝이야. 정확히 키워드를 세워놓고 맞춰나가면 되니까"

# 지난 음반의 '마녀마쉬'로 마무리 지은 이유는 뭐야?

"'마녀마쉬'로 끝낸 건, 내가 20대의 하고 싶은 말을 '마녀마쉬'로 시작했잖아. 그래서 나에겐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기도 해. '마녀마쉬'를 통해 나를 아는 것에 대한 집중했고, 하고 싶은 하는 음악을 하게 됐으니까"


# 자, 그럼 이제 20대 키워드를 모두 정리했어. 다가올 30대는 어때?

"난 굉장히 사춘기가 빨리 찾아왔어. 어린 나이에 모든 걸 관철하고 고민했지. 우선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기분은 좋아. 서른에 대한 기대가 컸어 나는. 사춘기가 일찍 온 탓에 스스로 살아가는게 괴롭다고 생각했어. 환경적인 이유는 아닌데, 마치 지구를 혼자 등에 짊어지고 사는 애 마냥 혼자 그렇게 괴로웠어. 이해를 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큰 편인데, 재작년 다르고 또 작년 달라. 그러니까 한 살 또 한 살 먹으면서 기대돼. 정신적으로 풍족해질 것 같아"

# 앞으론 어떻게 살아갈 거야?

"난 음악을 하지 않으면 불행해. 그래서 음악을 꾸준히 할 거야. 그리고 또 하나, 가족들과 잘 지내고 인간적으로 발전하는 게 행복해. 그래서 가족, 친구들 주변 소중한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음악을 할 거야"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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