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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단통법 시행하려면 당국 집안싸움부터 풀어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구도가 달라질 조짐이다. 지금까지는 보조금을 더 많이 쏟아붓는 쪽이 승리하던 머니게임이었다면 앞으로는 요금제와 멤버십 혜택 등을 놓고 겨루는 본격적인 서비스ㆍ품질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이통통신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T는 22일 휴대폰 보조금에 들어갈 돈을 요금제와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에 월 9000원으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지하철 프리요금제’ 같은 것을 대폭 늘리고 멤버십 카드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휴업체 수도 크게 늘려 ‘고객 주권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불법 보조금을 동원해 남의 고객을 뺏아오는 혼탁한 경쟁과 정보에 빠른 일부 가입자만 혜택을 보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는게 단통법이다. 그러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단통법의 핵심인 보조금 분리공시(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나눠 공시하는 것)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이견이 조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분리공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불법 보조금을 막고, 보조금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상응하는 요금 할인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분리공시제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애플 등 해외 제조사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국내 제조사들만 영업비밀을 노출하는 역차별을 받게 되며, 해외 이통사들 또한 국내와 동일한 보조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내수 시장 위축과 휴대폰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며 제조사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소비자는 소비자 대로 불만이다. 새 보조금 정책에 따르면 출고가 95만원인 갤럭시노트4를 보조금 상한인 35만원을 받아 60만원에 사려면 매달 7만원 이상을 2년동안 통신요금으로 내야 한다. 이는 보조금 27만원에 추가로 몇 십만원을 더 지원하면서도 서너달 동안만 최고 요금제를 사용하고 이후에는 사용자가 요금을 낮춰도 무방한 현행 스마트폰 거래 관행 대비 약 2배 가량 비싼 금액이다. 새로운 제도가 소비자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일부 소비자단체가 “단말기 보조금 규제와 요금인가 제도를 없애라”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책 당국 조차 이견을 보이는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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