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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원고 친구들 떠올리며…‘안전여행’ 마음에 새겼죠”
세월호 참사 이후 5개월만에…경기관광고 수학여행 동행기
안전요원 동행 어색한 여행길
버스타선 ‘SOS케어’ 앱 다운도

“명량서 전투신 찍은 그곳이래”
탁트인 바다…긴 침묵 깨지고

호텔연회장·카지노 등 현장학습
체험코스 · ‘자유’ 부족은 아쉬움


“낙동강 습지랑 갈대숲이 너무 아름다워요. 영화 ‘명량’에서 보던 거북선을 실제로 보니 대단해요. 대포가 있는 거북선 안에서 노젓기도 경험하니 ‘명량’의 전투장면도 생각나고 역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9월15일. 다시 열린 수학여행길에 오르면서 경기관광고 2학년생들의 표정은 처음엔 조심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부산에 도착해 점심을 먹을때에도 그 흔한 밥상머리 재잘거림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동갑내기 단원고 친구들이 가끔씩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들은 낙동강에서 대자연을 접하고, 통영에서 탁 트린 바다를 만나자 특유의 청소년다운 발랄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우리가 안산 친구들 몫까지 명랑해버리자. 관광 전문고니까, 영원히 안전한 여행을 할수있는 방법을 우리가 잘 만들면 되잖아.” 경기관광고 2학년생 누구랄 것 없이 다 같은 마음이었다. 정다은 양은 수학여행 사흘째 되는날 거북선 앞에 서서야 비로소 밝은 미소를 띄우며 “마지막날이 처음와 본 통영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세월호 아픔을 딛고 수학여행이 재개됐지만, 경기관광고 학생들의 표정은 전체 여행일정이 절반이 지나, 낙동강과 통영에 이르러서야 밝아졌다. 앞으로 안전한 여행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할 관광고 학생들이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견학을 하고 있다.

김수진양도 그랬다. 수진이는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들이 삼도수군통제영에 대해 워낙 설명을 잘 해주셔서 교과서로만 배우던 역사를 현장에서 재밌게 배울수 있었던거 같아요”라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출발 이틀전 경찰서와 소방서에서 교통,수상안전,심폐소생 교육을 받았다. 2학년생 118명이 출발하던 15일 아침 여주시 대신면 율촌리 관광고 앞마당에선 안전요원와 교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누군가가 우리를 늘 지킨다고 느낄만 했다. 전직소방요원과 여행사 안전요원의 동행은 지난 6월 중순, 안전을 철저히 담보한 수학여행 2학기 재개 방침을 결정한 이후 이번에 처음 적용됐다.▶본지 6월11일자 1면 참조

학생들은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현장-학부모 소통메신저, 안전 SOS, 위치확인, 식단, 안전 운전 실행여부 확인 기능이 탑재된 ‘SNS 캐어서비스’ 모바일 앱을 다운 받았다.


김에스라양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조안나(43)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학생이다. 에스라는 “안전하게 여행하면서 분위기도 잘 띄우는 관광통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댄스경연에 참가해 첫날밤 가라앉은 수학여행 분위기을 끌어올려 보려고 적극 나섰다.

학생들은 첫날엔 자신들의 전공분야 산업현장인 부산 아쿠아리움, 세븐럭 카지노, 롯데호텔, 면세점을 견학한 뒤 관광ㆍ안전 골든벨 퀴즈대회 및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둘째날 벡스코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MICE산업 현장체험을 하고, 오후에야 낙동강 하구에서 자연을 만났다.

낙동강-통영 이전 일정 동안 학생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던 이유는 또 있었다. 여행 동선을 기획할 때엔 학생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지만, 현장에서는 전시회 실제 진행 풍경이라든지, 호텔 연회장, 조리실 손님응대 준비 과정 시연 이라든지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체험할수 있는 세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채 강의형 설명만이 이어진 점 때문이다.

수학여행 개선 의견을 말하고 있는 학생대표

학생들이 산업현장을 다니는 동안 이어진 수학여행 활성화 간담회에서는 “6월에 방침을 정해놓고는 9월에 공문을 보내는 건 수학여행 가지 말라는 얘기”라면서 탁상교육행정에 지적도 나왔다. 일부 학생들은 “촘촘한 관리도 좋지만, ’자유‘도 있었으면 좋겠다. 체험 없는 코스가 꽤 있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고교 수학여행시절 ’애교스런 일탈‘을 감행했고 선생님은 눈감아주었다”고 전하던 신용욱 교장은 “일정이 너무 빡빡해 아이들이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과 학생들이 음료수로 건배하는 모습.

변추석 사장은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영훈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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