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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금 넘쳐나는 ‘IS주식회사’…영업비결은?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곳간은 현금으로 넘쳐나고 있다.

‘IS 주식회사’는 핵심사업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장악한 유전 10곳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와 인질 비즈니스 영업 및 도난과 강탈, 외부 지원금 부수사업으로 성업중이다. IS는 이를 통해 매일 100만~500만달러(약10억4000만원~53억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생산한 석유는 어떤 방식으로 팔리는 것일까. 영국 일간 파이내셜타임스(FT)는 22일 “IS가 1990년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뿌리깊게 자리잡은 석유 밀수 네트워크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 밀거래 네트워크 실체는?=IS가 하루 생산하는 석유량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각각 5만배럴, 3만배럴로 추산됐다.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하루 수입은 시리아 200만달러, 이라크 120만달러에 달한다. 

IS가 석유를 파는 방법은 수십년 전 확립된 밀수 네트워크를 통해서다. FT는 “IS가 후세인 정권 시절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석유 밀수망을 이용한다”며 “1990년대 유엔의 에너지 제재 이후, 밀거래업자들의 확고한 네트워크와 불법 정유시설이 번성했다”고 전했다.

이들 무역 네트워크는 이라크 북부, 시리아 동북부, 터키 남부, 이란 일부까지 아우른다. IS가 팔아넘기는 석유는 바위산과 사막, 심지어 터키와 이란, 요르단으로 적법한 절차를 밟아 흘러들어가기도 한다.

런던 싱크탱크 차담 하우스의 바레리 마르셀 분석가는 “터키, 이란, 시리아, 이라크 밀수 네트워크는 수십년간의 수출금지로 성장했다”며 “이라크와 현재 시리아발 암시장은 엄청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정제는 어디서?=암시장 석유는 이라크 쿠르드지역 정유시설에서 정제된다. 역설적이게도 IS와 적대관계에 있는 쿠르드가 IS의 금고를 불리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IS가 장악한 유전지역 [출처:FT]

수라이마니야 어메리칸 대학의 에너지 전문가 비랄 와합은 “IS가 중개업자를 통해 원유를 쿠르드 지역내 가동이 중단된 정유시설에 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쿠르드 자치정부 입장에서도 휘발유 가격을 견인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 정제시설을 폐쇄시키길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분명 불법이고 나쁜 것이지만 침체된 경제 톱니바퀴에 윤활유가 되는 것”라고 덧붙였다.

암시장을 단속ㆍ근절할 경찰력도 부족하다. 이라크 쿠르드족 관료는 “IS와 공유하고 있는 국경이 1000km나 되지만, 이라크 중앙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며 “이것은 이라크 정치세력이 IS에 혜택을 주는 또 다른 예”라고 지적했다.

▶국경 검문소, IS경제에 기생=국경 수비대에 만연한 부정부패도 문제다. 이라크, 이란, 시리아, 터키의 국경 수비대가 수송을 허가시켜주면서 금품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마르셀은 “이것은 마치 고위층에 돈을 주고 눈감게 하는 마약 카르텔이나 범죄조직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라크의 세계 부정부패 지수는 177개국 중 171위다.

한편 터키에서는 최근 석유 밀수 적발 사례가 급증했다. 2011년 연간 3만5260t이었던 것이 올 상반기에만 5만t을 넘어섰다.

대부분 거래업자들은 이라크인들이다. 시리아 사회운동가 오만 알 술탄은 “이라크 무역업자들이 원유를 사서 이라크로 가져간다”며 “저렴한 시리아 원유로 이라크 발전기와 공장을 가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석유 생산 및 수출 현황 [출처:FT]

▶IS주식회사 분쇄 어떻게?=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IS가 석유를 팔아서 끔찍한 전술의 돈을 대고 있다”며 “이밖에도 인질, 절도, 강탈, 외부 원조로도 자금을 조달한다”고 말했다.

IS 분쇄를 위해 IS가 장악하고 있는 유전을 공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디서도 반대의견을 듣지 못했다”고 우회적으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라크 수니파 반군 권위자 히삼 하세미는 “석유 밀수를 끊는다고 해서 IS 재정에 단기적으로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IS는 이미 엄청난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서 향후 2년은 너끈히 버틸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IS의 광폭행보와 무타협 노선이 ‘재정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S가 정식 ‘국가’를 표방하는 만큼 전반의 과정을 장악하려고 하고 중개업자를 배제하려고 하는 시도가 자충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셀은 “IS는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석유 생산품의 최종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려 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IS는 영토 전역에 퍼져 있는 수많을 중개업자 일당을 잡는 것보다 더 쉽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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